; 은총의 대희년 첫날 백설에 묻힌 금강산은 온누리를 평화의 염원으로 가득
차게 했다.
지난해말 금강산 관광길에 오른 실향민들은 묵은 천년에 우리 겨레를 짓눌
렀던 분단의 설움을 새천년에 훌훌 털고 통일의 그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빌
었다.
○…(주)혜성관광 (대표 김준연)이 현대 봉래호를 전세내어 경제적 어려움으
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실향민 30명을 초청하고 전국에서 700명의 일반회
원을 모집하여 지난해 12월30일부터 2일까지 계속된 새천년 맞이 금강산 관광
여행은 여느 때보다 큰 감동을 주었다.
관광객들이 승선한 현대 봉래호는 지난해 12월30일 저녁 6시 강원도 동해시
를 출항 칠흑 같은 동해바다를 헤치며 다음날 7시 북한 장전항에 도착했다.
새 천년의 시작을 금강산에서 맞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지 뜬눈으로 밤
을 지샌 실향민들은 50년만에 밟아보는 북한땅의 모습에 가슴이 설레기만 했다.
안개 낀 이른 새벽 장전항에는 남쪽보다 기온이 더욱 포근해 겨울비가 내리
고 출입국관리소 입구에 ‘금강산 관광을 동포애의 심정으로 진심으로 환영합
니다’라는 대형 현수막과 산타클로스 복장의 중국연변에서 초청해온 조선족
처녀들이 손을 흔들어 환영해주었다.
또 요즘 북한에서 유행한다는 인민가요 ‘반갑습니다!’ 노래도 계속 흘러나
왔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 정말 반갑습니다.
얼싸안고 좋아…
닐리리야∼닐리리야∼ 반갑습니다.
(이하 생략)
○…장전포구에서 관광버스에 편승한 실향민들은 온정리 마을을 지나며 차창
가로 주민들과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고 집집마다 굴뚝연기가 피어오르는 모
습을 보며 향수를 느끼기도 했다.
온정각 휴게소로 가는 30여분 동안 도로에는 단 한대의 차량도 달리지 않았
다.
그리 춥지않은 날씨인데도 두터운 목도리를 목에 칭칭 감싼 아낙네들이 어
린 자녀들을 업고 어디론가 분주히 걸어갔다. 실향민들은 이런 평범한 모습을
보고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신계천 기슭에 쭉쭉 뻗어있는 수만그루의 창터 솔밭을 지나며 금강산이 가
까이 다가왔음을 알게된 일행은 현대 안내원으로부터의 산행시 주의사항을 들
으며 금강문 입구에서 하차 대기하고 있던 북측안내원들의 인사를 받았다.
○…1999년의 마지막 날 묵은 때를 털어 버리며 옥류동 계곡을 오르는 실향
민들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어느새 내리던 겨울비는 함박눈으로 변하고 온 산하
는 은빛으로 뒤덮었다.
금강산의 급격한 기류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일행은 빙판 진 산길을 오르느
라 진땀을 쏟았으나 서로 손에 손을 잡고 구룡폭포까지 오르며 아름다운 개골
산의 경치에 탄복을 자아냈다.
한 실향민은 ‘창조주의 신비를 느끼며 우리 민족에게 큰 선물을 내리신
것’ 이라고 감사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일행은 점심식사를 산중에서 마치고 북한측 안내원과 자연스레 최근 서
울에서 열린 남북농구대회를 화제로 올렸다. “이명훈 선수 거―참 대단합디다
세계에서도 가장 크다지요?” “우리 노인들 두 사람 합친 것만 하던데요” 라
며 칭찬하자 “요즘 우리 북측에서는 농구·축구·탁구 인기가 대단합네다.”
“통일이 되면 세계적인 운동국가가 될 테인데…”라며 서로 분단의 현실을 안
타 까워했다.
눈이 많이 내려 상팔담 코스를 포기한 일행은 온정각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을 보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듯한 묘기
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세계교예축전에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있는 북한
의 초인류 배우 120명은 눈꽃조형 공중2회전 널뛰기 장대재주 봉 재주 등을
펼치며 때론 관광객을 무대위로 초대하는 여유도 보였으며 공연장엔 시종 폭소
가 그치지 않았다. 2시간 가량 계속된 공연이 끝날 무렵 관광객은 기립박수로
화답하는 등 통일을 향한 열망이 공연장에 가득했다.
○…장전항 앞 해상에서 새천년 새아침을 맞은 실향민들은 눈앞에 펼쳐진 고
향땅을 바라보며 선상에서 차례를 지내게 됨을 안타까워했다. 6살 때 고성군 장
전리에서 6·25 사변시 월남했다는 김선옥(60·서울 강남)씨는 “50년만에 찾아
온 고향집을 눈앞에 두고도 찾지 못하는 이 설움을 두고 온 형제들이 아시는지
요…”라며 목놓아 울었다.
함경북도 길주가 고향인 서재범(77·요한)씨는 “54년만에 고향땅을 찾아왔
으나 조상 묘 한번 찾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 야속하다”며
“6·25때 함께 남하한 막내 동생 서송죽 (성가소비녀회) 수녀와 죽기 전에 고
향 땅을 방문해 보았으면 여한이 없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실향민들은 차례를 지내고 바다의 금강이라 불리는 해금강을 찾았다. 남
강 하구의 해안에 펼쳐진 갖가지 기암들과 벽해라 불리는 푸른 물이 한데 어울
린 아름다운 경관 앞에서 일행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서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날을 고대했다.
동그란 얼굴에 홍조빛 보조개가 아름다운 북측안내원 리 아무개 씨는 “언
니! 통일이 되면은 우리 집에 꼭 한번 오시라요∼. 저도 언니가 초대하신다면
서울에서 형부를 다시 한번 꼭 뵙고 싶습네다!” 라면서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금강산〓 전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