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 날인 1일 새벽 5시 강원도 동해시 동해화력 공장 정문 앞에는 대
전 순천 원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신자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칠흙같은 어둠
속을 뚫고 모인 신자들은 모두 1300여명. 이들은 촛불을 들고 묵주의 기도를 하
며 2km 가량 떨어진 추암해수욕장으로 행진했다.
새 천년 한국교회 최초의 대형 이벤트 ‘2000년 대희년 통일기원 해맞이 행
사’가 열리는 자리. 원주교구 북평본당(주임 백승치신부)이 주관한 이날 행사
는 새 천년 첫 해오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대희년의 기쁨과 은총을 몸으로
체험하고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을 다지는 자리였다.
촛불행진을 하며 추암해수욕장에 도착한 신자들은 곧 원주교구 신현만 사목
국장 신부를 비롯해 북평본당 백승치 주임신부와 원주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
한 새천년을 여는 해맞이 미사에 참여했다. 이날 미사에서 신자들이 보인 대희
년을 향한 열정은 뜨거웠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
도 자리를 뜨지 않고 시종 진지한 자세로 해맞이 미사에 참례하며 새천년의 평
화가 모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전남 순천에서 전날 새벽에 출발했다는 김덕후(43·이냐시오)씨는 “새천년
의 첫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설렘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정작 날씨 때문
에 일출을 보지 못해 아쉽다”며 그러나 “새천년의 희망을 상징하는 동해에서
첫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백승치 신부는 미사강론에서 “촛불 행진은 인류의 참빛인 그리스도를 따르
는 신앙인의 희망과 사명을 의미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천년을 맞아 가정공
동체와 인간의 존엄성 수호 그리고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우리 모두 노력
해 나가자”고 말했다.
오전 7시50분 헌신문(獻身文)을 봉헌하는 시간. 신자들은 기대하던 일출의
장관을 보지 못해 못내 서운한 모습이었으나 헌신문을 낭독하는 목소리만큼은
힘차 보였다.
“희년의 정신에 입각해 그리스도인으로서 믿음으로 하나되고 실천하여 통
일의 그날까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헌신해 나가겠습니다.”
【동해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