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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교단 대희년 특별진단(2) 통일과 민족화해-강우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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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새 천년기를 맞이하여 흥분과 불안이 교차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 20세기를 살아오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의 속도는 겉잡 을 수 없이 빨라지기에 인류는 흥분과 동시에 불안을 맛보고 있다. 불과 100년
사이에 대부분의 나라들이 정치적으로는 전제주의 군주국가 독재국가에서 사회 주의 국가로 또는 민주주의 국가로 변화를 시도하였고 그런 과정에서 보다 많 은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라로 발전하고자 노력 하였다. 또 경제적으로는 자연과학의 발전을 바탕으로 이전과 비교도 안되는 다 량의 물자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상당 수의 국민들이 옛날보다 훨씬 풍족한 생 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조국땅은 지난 50여년간 남북이 분단된 상태가
고착되어 그 기(氣)가 막혀 있다. 북한의 내부 사정을 잘 알 수는 없으나 자연 재해가 몰고 온 경제 위기로 인하여 많은 동포들이 식량과 생필품 부족으로 힘 든 나날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것은 적지
않은 동포들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또는 다른 목적으로 북한 땅을 떠나 중국이 나 러시아 등지를 헤매고 나쁜 사람들 손에 팔려가서 몸과 마음이 갈기갈기 찢 기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들을 때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남쪽에 살고 있는 한 동포로서 우선 여러분에 대한
우리들의 무관심과 태만에 대해 사과드리고 용서를 청한다. 우리는 사실 지난
50여년 동안 조국의 반인 북쪽을 무서운 사람들의 나라 전쟁을 일삼는 나라
사회주의 이념으로만 철저히 무장되어 인간적인 감정이 소통되지 않는 사람들 의 나라로 인식하였다.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로 생각하지 않았다.

경위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북쪽의 동포들이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 자신은 일년에 8조원이 넘는 음식 찌꺼기를 버리고 있으면서도 큰
도움을 주지 않고 전체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밖에 취하지 못해왔음은 우선 우리
조상님들 영전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민족의 딸들 과 아내들이 가족들에게 양식을 구해 주려고 국경을 넘었다가 몸과 마음을 무 참히 짓밟히는 가슴 찢기는 일이 벌어져도 남의 일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한 것 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북한의 지도층에 있는 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북한 이 사회주의 노선을 채택하고 그 이념에 따라 나라를 세웠을 때에도 세계 역사 가 이를 가장 이상적인 제도로 인식하였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에 동조하 였지만 이제는 세계의 역사가 그 방향을 바꾸고 있다. 여러분이 한때 민족을 위 하여 그러한 체제를 선택했었다면 이젠 민족을 위하여 하루라도 빨리 나라의
문호를 넓게 열고 국제사회와 그리고 남쪽과도 과감한 교류를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의 교형 자매들에게 인사드린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대희 년 정신을 이렇게 말씀하신다. “교회에 있어 희년은 정확히 ‘주님의 은총의
해’이며 죄와 그에 따르는 벌을 사해주는 용서의 해 상반된 집단 사이의 화 해의 해 다양한 회개와 참회의 해입니다.”(제3천년기 제14항) 여기에서 등장하 는 은총 용서 화해 등은 바로 대희년의 핵심 주제이며 우리 민족 통일의 영성 이기도 하다. “희년은 재산을 잃고 인격적 자유마저 상실한 가정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이스라엘 자녀들 사이에 평등성을 회복시키는 것 을 의미하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희년은 부자들에게는 그들의 이스라엘인 노 예들이 다시 한번 자신들과 평등하게 되고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게 될 때가 오 리라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제3천년기 제13항) 이 희년 정신의 구현이 바 로 오늘의 우리 민족에게 가장 필요한 시대의 징표일 것이다. 지난 50년을 두고
총부리를 맞대고 대결해온 우리 민족이 참으로 하나되고 올바른 관계를 회복하 기 위해서는 희년에 나타난 하느님의 자비와 이에 응답하는 백성의 회개와 해 방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집을 나간 탕자가 폐인이 다 되어 집에 돌아왔을
때 이를 아무런 조건 없이 반갑게 맞아들이고 잔치까지 벌인 아버지의 자비야 말로 민족을 하나로 일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통일의 영성일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0년대 후반까지 북한에서 천주교인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북한을 완전한 ‘침묵의 교회’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1988년 9 월에 조선천주교인협회가 주관하여 평양시 장충동에 북한 정부로부터 성당터와
자재를 공급받아 성당을 완공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에게는
오랜 겨울이 끝나고 봄이 기지개를 켜는 것 같은 기쁜 소식이었다. 그 이후 제 한된 범위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성직자와 신자들이 장충성당을 방문하여 그 곳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광복 50주년을 맞이한 1995년부터는 서울대교구를 필두로 하여 전국 각 교 구와 수도회 등 여러 단체들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노력을 가시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고 민족화해운동 기도운동 모금운동을 펼치기 시 작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모금되어 직·간접으로 북한 동포들의 식량 지원 을 위하여 전달된 액수는 약 96억원에 달한다. 300만 천주교 신자들만으로 5년 에 걸쳐 이 정도의 성금을 모았다. 이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북한 주민들 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애틋한 마음을 가진 우리 신자들이 적지 않 았다는 것을 보고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통일로 가는 길목에는 여러 가지 도전이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 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지원해온 것은 주로 긴급한 식량 공급을 위해서 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북한 사회의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 리고 언제까지나 식량을 지원할 수도 없다. 북한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북한 주민들 스스로 자력으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구조적인 원조는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의지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정부도 움직 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는 국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지속적으 로 북한을 돕는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산업이 활성 화되고 경제가 살아나야 남북한의 긴장이 완화될 수 있고 남북한 사이의 격차 가 축소되어야 평화통일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
둘째로 재정적인 지원만으로 통일을 이룩할 수 없다. 50년을 다른 사상과 문 화를 호흡하며 살아온 남과 북의 주민들은 상호간에 이미 상당한 정신적 거리 가 생겼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 차이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탈북한 동포 들이 우리 남한의 생활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차이 때 문이다. 그러나 남한 주민은 결코 우월감을 갖거나 차별의식을 가져서는 안된 다. 모든 우월감을 버리고 북한 주민을 동포요 형제로 맞아들이며 그들이 살아 온 과거의 역사적 현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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