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티모르에 파견됐던 가톨릭 민간의료지원단이 지난해 12월17일부터 13일간
의 의료지원활동을 마치고 29일 귀국했다. 단장 김중호 신부를 비롯해 강남성모
병원 산부인과 박종섭(프란치스코)교수 성모병원 안성심(루치아)약사로 구성된
의료진은 동티모르 로스팔로스 지역에서 군 부대 의료진과 함께 의료기반이 전
무하다시피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술을 펼쳤다. 의료진의 현지 봉사활동과 현
지 주민들의 모습을 전한다. 편집자
의료진이 상록수부대 주둔지인 동티모르 동북단 로스팔로스에 도착한 것은
지난해 12월19일 밤 10시30분께. 서울을 떠나 호주 북부 다윈을 경유해 호주 군
용기로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 그리고 다시 상록수부대의 지프와 앰뷸런스를 타
고 6시간을 달린 지 꼬박 48시간 만이었다.
때마침 ‘우기’여서 습지나 다름없는 로스팔로스 돈보스꼬센터에 숙소를
정한 의료진은 이튿날 현지에 파견된 군종사제인 서상범 신부와 부대 관계자들
을 만나 의약품 공급확인서를 전달하고 이들로부터 현지사정을 들은 후 본격
진료에 들어갔다.
인도네시아 무력강점 25년의 세월은 병원과 보건소 등 동티모르의 의료기반
을 완전히 무너뜨린 상황. 의료시설과 장비가 부족한 것은 물론 진단과 치료를
도와주는 의료기능이 거의 전무했다. 사반세기 동안 계속된 무장투쟁과 유혈 참
극으로 전주민의 20 가량인 20여만명이 희생되고 학교와 성당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불에 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현지 의료사정은 상상외로 황폐화돼 있었
다.
그러나 동티모르는 현재 호주군을 총사령부로 한 다국적군의 활동으로 안정
을 되찾고 있고 오는 2월 UN에 주도권을 넘기게 되면 확실하게 독립 등의 일
정을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현지 주민의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여서 가톨릭교회나 사제들에 대해 호
의를 갖고 있는 탓도 있지만 서 신부가 한국 가톨릭교회의 동티모르 지원을 위
한 창구 역할을 잘하고 있기 때문인지 한국에서 온 가톨릭 의료지원단을 대하
는 주민들의 반응이나 신뢰는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의료봉사활동은 우리의 읍단위 보건소 수준의 열악한 병원에서 21일부터 시
작됐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던 주민들은 의료진이 왔다는 소식에 병원으로 몰
려들었다. 오랜 세월 외세 통치로 의료진을 대하는 표정들이 약간 주저하는 듯
했지만 의료진의 인도주의적 활동에 고마워하는 기색은 감출 수 없었다.
24일과 25일을 제외하고 닷새동안 실시된 의료활동은 오전에는 병원에서 오
후엔 인근 라우템 콤 투투알라 등지에서의 이동진료로 이루어졌다. 교통수단이
전혀 없는 환자들이 진료를 받으러 10여km가 넘는 로스팔로스까지 오는 것이
어렵다는 현지사정을 감안해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번 의료봉사는 특히 지난해 여름 몽골에서의 의료봉사활동이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이 의료진의 전언. 주민들을 돌보거나 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고
주민들은 주로 열악한 주거환경과 식량난으로 생긴 호흡기 및 소화기 질환을
대부분 앓고 있었다. 간혹 결핵이나 말라리아 환자도 발견됐지만 정성을 다해
그들을 치료했다.
남양(南洋)에서 예수 아기의 탄생을 축하했던 예수성탄대축일 전야미사는 아
직도 잊을 수 없다. 24일 저녁 로스팔로스의 한 성당에 티모르 전통의상을 차
려입은 현지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김 신부와 서 신부 필리핀 사제 2명과 살레
시오회 신부 공동집전으로 현지 주민 1000여명과 상록수부대 신자 장병 50여명
이 참석한 가운데 봉헌된 미사는 강생의 신비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부대원들은 이튿날 한국 군종교구에서 보내온 공책과 연필 등 학용품을 현지
어린이들에게 성탄 선물로 전달하고 성탄의 기쁨을 함께했다.
의료봉사활동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28일 군용헬기편으로 로스팔로스를
떠나며 내려다본 집들이 민병대의 방화와 탄압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
어 마음이 아팠다. 나무로 뒤덮였던 지붕은 간 데 없고 시멘트벽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참화의 현장이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빌었다.
비록 진료일정은 5일간으로 아주 짧았지만 보람만은 컸던 동티모르 의료봉
사. 649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주민들을 뒤로 한 채 떠나는 의료진에겐 좀더 시
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로스팔로스에서 가톨릭 민간의료지원단 정리 〓임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