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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돕고 배려하는 농촌 신앙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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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 빨리 나오세요. 공소예절이 곧 시작돼요. 알았어요. 나가요.…

 구자대(베드로 59)씨 재촉에 할머니들이 몰려나온다. 거포리 신자 10여명이 승합차에 가득 타자 붕~하고 차가 신나게 출발한다. 꼬불꼬불 이어진 농로를 10여분쯤 지났을까 빗속에 희미하게 청주교구 청산본당(주임 안철민 신부) 관할 화성공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묵화처럼 아름답고 예쁜 빨간 벽돌 성당이다.

 1999년 11월 축복식을 가졌다는 공소에 들어서자 구레나타(임마쿨라타 25)ㆍ본준(엘리야 23)씨 남매는 청소를 시작하고 한정복(아나스타시아 79) 할머니는 공소 주변 야생화를 꺾어 제대를 장식한다. 구씨 부인 전미숙(루치아 52)씨 오르간 건반에 손을 얹고 매혹적 화음을 빚어낸다.

 성당에 들어선 신자들은 제각기 자리를 잡고 묵상 기도에 잠긴다. 거포리 신자들은 공소 유일 레지오인 능하신 모후 쁘레시디움에 없어서는 안될 성모 군사들이기도 하다. 거포리 사람들은 화성공소 공동체에 활력을 주는 기도 일꾼으로 자리를 잡았다.
 거포리는 충북 옥천군 청산면 거포리라는 행정구역명보다 평화마을 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새 교우촌. 91년 부산에서 김치가공업체를 운영하던 구씨 부부가 이사한 것을 계기로 아는 신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신자촌을 이뤘다. 평화마을 이란 고 이갑수(전 부산교구장) 주교가 99년 장봉훈 주교의 청주교구장 착좌식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들러 하룻밤을 묵고 가면서 붙여준 이름인데 아예 마을 이름으로 굳어졌다.

 동네 12가구 중 10가구가 신자들이다 보니 신앙적 유대가 끈끈하다는 게 평화 마을의 자랑. 때문에 신앙도 생활 속에 녹아 있다. 삼종기도나 저녁기도를 바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특히 3대가 모여 사는 구씨 가족 16명은 저녁 때마다 집에 모여 묵주기도에 성서읽기와 나눔을 하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한정복ㆍ정자(마리아 73)씨 자매와 윤혜숙(율리아나 71)ㆍ오수자(안나 65)씨 등 프란치스코 제3회 회원 4명은 아침 저녁으로 꼭 성무일도를 바친다.
 평화 마을은 농촌 신앙 공동체 다. 원래 이 마을에서 주로 재배되던 작물은 연초와 포도. 하지만 지금은 고추가 주작목이다. 주민들은 또한 가능한 한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고 퇴비를 써서 환경을 생각하는 농사에 주력하고 있다. 서로 돕고 아끼고 배려하는 신앙 실천은 평화 마을을 더욱 공동체답게 한다. 여름철 감자를 캐느라 바쁜 평화 마을에 장맛비가 잠시 그치자 동네 사람들은 감자를 말리느라 여념이 없다.

 평화마을의 또 다른 특징은 농가를 리모델링한 피정 공간 아브라함의 집 (대표 구자대). 농촌 풍광을 흠씬 맛보며 홀로 내면을 들여다보는 공간으로는 그만이다. 동네 언덕배기에 자리한 아브라함의 집은 황토집에 대형 원룸식 농가 온돌방 농가 현대식 취사ㆍ샤워시설을 갖춘 농가 등 4채로 꾸며져 알음알음으로 소문이 나 있다. 자체 피정 프로그램은 없지만 작은형제회 등 수도자들이 자주 찾는다.
 교우촌을 일군 구자대씨는 시골이 좋고 또 정서적으로 살고 싶어 15년 전 이 마을로 이주했는데 농촌에서 산다는 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면서도 모두 신앙으로 함께하며 힘이 돼주기에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다 고 자랑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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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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