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문화계의 각 분야가 다소 들떠있는 분위기지
만 평화문학상 시 부문에 응모한 작품들을 보면 예년과 다름없는 차분한 내용
의 시가 많았다. 응모한 총 609편의 시에서 뽑힌 시가 10편쯤 남게 되고 거기
에서 또 네편의 시가 가려졌다.
여기에 든 이름은 이인평·장재룡·이명자(몬타냐)·최병희씨였다. 여기에서
또 이인평씨의 ‘소금의 말’과 장재룡씨의 ‘사이버 아가(雅歌)’가 끝까지 남
게 되었다. 이 단계에서 어려움 없이 ‘소금의 말’을 당선작으로 정하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되었다.
이인평씨의 ‘소금의 말’은 참으로 단정하게 가다듬어진 형식에 뜻의 밀도
를 담뿍 담고 있는 아름다운 시라 하겠다. 부분적으로 더러 비슷한 뜻의 어휘가
겹친다거나 문맥의 가닥이 좀 흐려져 있는 점이 눈에 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
고 시 전체에 흐르고 있는 상념의 깊이와 단단한 심상의 결정도와 상징적인 여
운 등으로 해서 읽는 이에게 깊은 감명을 주기에 넉넉하다. 이만한 수준에 이르
기까지의 이인평씨의 시를 위한 수련의 폭을 짐작할 만하다.
시는 어느 민족의 경우를 막론하고 인류가 오랜 세월을 두고 가꾸어 온 문
화 내용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한 형식이라 할 수가 있으며 나름대로의 정신
과 기법을 가지고 있다. 일단은 이러한 기법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인평씨가
이러한 점에서도 충분한 자각과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시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독자 여러분이 이 시의 3연과 5연이 갖는 상징적인 여운을 음미
해 주셨으면 한다.
이번에 선에 들지 못한 여러분들도 계속 시를 위해서 정진해 주실 것을 부
탁드리고 싶다.【심사위원 성찬경 김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