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의 눈부신 햇살이 두촌공소(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종탑 위에 내려앉
는다. 가난한 산골 공소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수정처럼 빛나 눈길을 뗄
수가 없다.
2000년 새 아침을 여는 공소 신자들의 마음은 눈부신 햇살같은 희망과 설렘
으로 가득하다. 지난 2년여간 체험한 변화의 바람 때문이다.
성산본당 두촌공소는 2년 전만 해도 미사참례자가 30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60∼70명으로 무려 2배가 늘어났다. 지난 주일에는 좌석이 모자라 남성
신자 몇 명은 뒤에 서서 미사를 봉헌해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같은 공소 활성화의 바람은 97년 5월 박정철(31·오네시모)·김희정(29·
아녜스) 선교사 부부가 부임하면서 일기 시작했다. 교적상 신자 170명 중 미사
참례자가 고작 20∼30명뿐인 침체돼 있는 공동체. 신자 평균연령 65세 주일헌
금 3만원 비가 새고 곰팡이가 슨 강당….
젊은 선교사 부부와 신자들은 “공소를 일으켜 보자”고 결심하고 쉬는 교
우의 가정을 찾아다니며 ‘9일 기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몇십 년간 성당에 발
길을 끊었던 사람들이 기도하러 온 신자들을 흔쾌히 맞아 줄 리가 없었다. 시큰
둥한 반응부터 보이는가 하면 기도를 시작한 지 3일이 지나도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 신자들도 많았다.
농번기를 피해 11월부터 3월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강행군한 ‘9일 기도’.
마음속에는 신앙의 불씨가 남아있기에 ‘9일 기도’가 끝날 즈음이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하겠다”고 수줍게 고백하고는 성당에 나오는 신자들이 대부분
이다. 냉담을 풀고 고해실에서 밝은 얼굴로 나오는 신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
더니 어느새 70명 대가족으로 불어났다. 또 자연스럽게 공소에 생동감이 돌았
다.
선교사 부부가 부임한 이래 공소 승합차량을 벌써 세번째 바꿨다. 수녀원이
나 시설에서 중고차를 얻어다 쓰는 탓도 있지만 신자들이 그만큼 험한 산길을
뚫고 ‘9일 기도’를 열심히 다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직도 마음을 돌리지
못한 교우들을 위한 방문기도는 계속되고 있다.
공소 신자들의 한결같은 새해 희망은 쓰러져 가는 공소 건물을 개보수하는
것. 새로 건축할 형편이 못돼 1층 기둥을 보강한 후 2층에 조립식 강당을 올릴
예정이지만 1년 내내 적립한 돈이 150만원 밖에 안된다.
공사비로 약 4000만원이 필요하지만 옹색한 산골 형편이라 엄두를 못내고
있다. 4개월전 예쁜 딸을 얻은 부부 선교사는 숙소가 너무 낡아 쥐벼룩이 들끓
는 바람에 정기적으로 번개탄을 피워 ‘쥐벼룩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
박정철 선교사는 “신자들의 열의는 뜨겁지만 현실적으로 개보수 공사는 힘
에 부친다”며 “날씨가 풀리면 도시로 농산물을 팔러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
다”고 말했다. 공소 건축에 도움주실 분:농협 303028―51―023901. 예금주 두촌
천주교회.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