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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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희년 르포] 충북 괴산 소년 예수의 작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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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리자 아이들은 아침부터 들뜬다. 마을 뒷산에 가서 미끄럼을 타 려고 창고에서 비료포대를 찾느라 부산하다. 집앞 시냇물도 얼었다. 얼음 지치 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지만 추위를 모르고 노는 아이들. 겨울 방학을 맞은
‘소년 예수의 작은 집’ 아이들은 마냥 신난다. 대신 ‘수녀 엄마’는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더 바쁘다. ‘개학’을 맞은 셈이다.
3년간의 유기농 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가을에 세운 비닐하우스 두동 에서 지을 농사 준비까지 해야 하니 눈코뜰새가 없다. 다행히 고등학생 대학생
형들이 수녀 엄마 일을 거들어주어 한결 수월하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이평리 ‘소년 예수의 작은 집’(원장 배숙희 수녀). 샬 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수녀 3명이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유치원부터
대학 1학년까지의 남자아이 13명을 키우고 있는 사랑의 보금자리다.
속리산 화양동 계곡과 가까이 있는 경치 좋고 공기 맑은 평화스런 이 마을 에서 가장 크고 좋은 붉은 벽돌로 지은 2층집이 16명 대식구가 사는 소년 예수 의 작은 집이다.

이 집 마당에는 동물 식구도 많다. 두달된 강아지 4마리를 포함해 7마리의
개가 아이들과 같이 뛰놀고 닭장에서는 수탉 10마리와 암탉 80마리가 사이좋게
지낸다. 얼마전부터 유정란을 낳기 시작해 조금씩 판매 사료값에 보태고 있다.
아이들은 물고기 지렁이 벌레를 잡기만 하면 닭에게 갖다 주고 풀도 뜯어 다 준다. 시골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아이들. 중학교 1학년인 도미니코 사비오 와 가브리엘은 공부에는 별 취미가 없지만 닭장 관리를 맡아 잘 하고 있다.(배
수녀는 아이들 이름을 세례명으로만 써달라고 부탁했다)
중학교 2학년인 요한 보스코는 특히 가축을 좋아해 장래 희망이 축산업을
하는 것이다. 미남형으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요한 보스코는 ‘러브 레 터’를 많이 받고 또 여자친구 전화도 많아 수녀 엄마인 배 수녀가 은근히 신 경을 쓴다.
개에게 밥 주고 산책시키는 일을 담당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야고보와 바 오로 베드로는 이 집의 귀염둥이. 체격이 좋고 운동을 좋아하는 개구쟁이 야고 보는 사람들을 잘 웃겨 개그맨이 되고 싶기도 하고 TV 프로그램 119 구조대에
나오는 소방관 아저씨가 멋있어 보여 소방관도 되고 싶다. 야고보는 어린이 집 에 다니는 친동생 요한이도 곧잘 챙긴다.
6학년인 대건 안드레아는 제법 의젓해졌지만 키가 작아 또래집단에서 잘 어 울릴지 염려스럽다. 5학년인 마태오는 아직 마음이 불안한 상태이고 지난해 4 월에 이 집에 가장 늦게 온 두산이는 세례를 받지 않았다.
농고 3학년인 마르첼리노와 농업전문대 1학년인 스테파노는 집안의 큰 일꾼 이다. 올해 2월에 졸업하는 마르첼리노의 자립을 위해 배 수녀는 최근 마을에
작은 집 한채를 구해 TV와 냉장고 가스렌지 등 가재도구를 갖추어 놓았다. 도 지로 얻은 밭 1500평에 고추농사를 직접 지어보겠다는 마르첼리노는 그러나 농 사를 계속 지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방학을 맞아 내려온 맏형 스테파노는 국비로 운영하는 3년 과정의 수원농업 전문학교 식량작물학과에 다니고 있다. 졸업 후에는 농사를 짓기 위해 경북 모 동에 가서 포도농사부터 배우겠단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스테파노는 토요일마 다 내려와 집안일을 거드는 성실한 이 집의 기둥.
“고등학교 때도 스테파노는 착했어요. 방과 후 오후 6시가 넘어 집에 와서 도 30분 이상 떨어진 밭에서 농사를 짓는 우리 수녀들을 도와주곤 했지요. 우리
집의 든든한 맏이로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어요.” 배 수녀는 맏이에 대 한 기대와 자랑을 그칠 줄 모른다. 그러나 스테파노의 친동생인 공고 2학년 요 한이는 농사일에는 마음이 없다.
수녀들은 고등학생인 마르첼리노와 요한이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초등 학교는 스쿨버스가 다니고 있고 중학교는 자전거 통학이 가능하지만 고등학교 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교통이 불편하다. 4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 아이들
중 고등학생은 주로 청주로 나가 자취생활을 하는데 둘은 보은과 미원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 새벽밥을 먹고 아침 첫 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도 불평없이
잘 다녀 고맙다.
이 집은 서울 ‘소년 예수의 집’에서 3년전 분가했다. 서울 집은 이곳과 달 리 오락실이나 비디오 가게 등 좋지 않은 주위 환경에 아이들이 노출되어 있다.
뒤떨어진 성적과 취업 문제 등으로 공고를 주로 선택하는 아이들 중에는 공고 가 적성에 맞지 않아 탈선 가출하는 아이도 생겨 속을 썩였다. 학습 봉사자를
한명씩 붙여봤지만 공부에는 취미가 없는지 별 효과가 없었다.
수녀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차라리 젊은이들이 부족한 농촌으로 내려가
일찍 자리를 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은인의 도움으로 괴산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집을 지을 때에만 해도 반대하던 동네 어른들은 이 제는 인사 잘하는 예의바른 아이들이라고 이 집 아이들을 칭찬한다. 동네 아이 들도 놀러와 잘 어울린다.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하고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는 자연 숙제를 재 미있어 한다. 역시 답답한 도시보다 시골로 내려오길 잘했다. 오락실이나 비디 오 가게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흙을 만지며 맘놓고 뛰 놀 수 있는 탁트인 공간은 일찍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달래주 기에 좋았다. 정서 안정에도 도움을 주었다.
“아이 많은 집에 바람잘날 없는 것은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공부
잘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고 티격태격 다투다가도 서로
돕고 웃고 떠들고…. 우리 아이들도 다른 가정의 아이들과 차이가 없어요. 자연 과 함께하다 보니 아이들 심성이 더 순수해지는 것 같아요. 부모 속 썩이며 가 출하는 아이도 있는데 우리집에는 가출한 아이가 없어요.”
배 수녀는 남자 아이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혼자 있고 싶어하고 말수 가 적어져 걱정했으나 남자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경험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굳이 아이들의 아픈 과거를 끄집어 내거나 편견을 갖지 말고 있 는 그대로 봐달라고 부탁한다.
지난해 가을 초등학교 운동회 때에는 학부형 모두 참석하라고 해서 아이들 이 기죽을까봐 청주에 있는 봉사자 부부 6쌍을 불렀다.
이 집이 있는 지역에는 유기농 농사를 지어 수도권 지역 소비자들과 직거래 하는 생산자 공동체 ‘솔뫼농장’이 있다. 수녀들은 자연농업 연수를 다녀온 뒤
솔뫼농장 회장을 역임한 정천복(요셉)씨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지으며 솔뫼농장
일원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산속에 1500평 도지를 내어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를 심었다. 옥 수수와 고구마는 그런 대로 수확을 거두었으나 감자는 실패 종자 값도 못 건졌 다. 들깨와 참깨는 대식구가 먹을 만큼 수확했다. 자연농업 연수에서 배운 대로
수녀들은 쑥과 미나리·흑설탕을 섞은 녹즙과 계피·감초·당귀를 섞은 한방
영양제 생선 아미노산 등의 영양분을 직접 만들어 작물에 주었다.
오리농법으로 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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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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