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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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 개방식 참관기(유흥식 대전가톨릭대총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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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도시’ 로마는 특별한 시기를 맞고 있었다. 로마 공항에 도착해 시 내로 들어가는 동안 한결 밝아진 가로등과 잘 정돈된 거리를 보면서 대희년이
가까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로마는 하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격언처럼 로마시 전체는 거대한 박 물관이다. 수세기에 걸쳐 내려온 대리석 성당들은 늘 웅장하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1년만에 다시 본 로마는 봄맞이 대청소를 한 것처럼 켜켜이 쌓였 던 때를 벗고 새 옷을 갈아입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심을 기념하는 24 일 성탄 전야. 이른 저녁부터 바티칸 대성당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 쁨과 평화가 가득했다.
‘거룩한 문(Holy Door)’을 여는 예식과 미사참례자들을 위해 베드로 대성 당 안에 마련된 좌석은 7000석. 대성당에 입장하지 못하는 20만명의 인파가 광 장을 가득 메웠다.

베드로 대성당으로 들어간 것은 밤 9시50분께. 전세계에서 모여든 추기경과
주교 사제와 수도자 성가대와 교황청 주재 외교사절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11 시가 지나자 성가대를 비롯한 전참례자가 ‘주님의 집으로 기쁘게 가겠습니 다’라는 성가를 합창하는 가운데 교황님께서 입장하셨다. 교황님의 뒤를 따라
입장하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모습이 보이자 반가움과 기쁨에 마음이 설레었다.

교황님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특별한 은총을 청하는 기도를 하신 후에 구 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음을 상기 시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2000년 대희년이 은총과 자유 화해와 평화의 때 가 되기를 청원하는 기도를 바치셨다.

드디어 루가복음 4장 18∼19절의 복음말씀이 낭독된 후 ‘거룩한 문’을 여 는 예식이 거행되었다. 교황님은 “의로운 이들이 들어가는 문 하느님을 예배 하는 곳 주님의 은총을 받는 문이며 그리스도께서는 어제도 오늘도 알파(α)요
오메가(Ω)이시다”고 선포하신 후에 대희년 성문을 여셨다. 대성당과 광장에
모인 수십만명의 하느님 백성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멈추지 못했다. 인파는 감동 의 물결에 휩싸였다.

교황님은 무릎을 꿇고 한참동안 침묵중에 기도하셨다. 그 침묵은 성스러움
그 자체였다. 교황님은 기도를 마치신 후 일어서서 복음서를 들고 맨처음 ‘거 룩한 문’을 통과하셨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문을 통과하면서 살아간다. 구원으로 들어가는 문 새로 운 천년대로 넘어가는 문 하느님 신비 안에 들어가는 문 이웃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문….
그 순간 나 자신 또한 항상 예수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열고 살아나갈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교회 특히 이 복된 자리에 함께함을 감사하면서 한국교회가
이 ‘거룩한 문’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하기를 기도했다. 또 남북사이에 굳게 닫 혀있는 문도 활짝 열리기를….

교황님이 제대 중앙에 자리하시자 부제가 대희년의 의미를 장엄한 노래로
선포하고 성가대는 노래로 응송하였다. 그리고 교황님의 강론이 이어졌다.

“오늘 구세주께서 태어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구세주 탄생 2000년을 기억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천년대를 여는 대희년을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어 인간의 역사 속에 들어오셨습니다….”
굽은 허리 쇠약해만 보이는 모습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 게 하는 교황. 그러나 강론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인류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신 비로운 힘이 담겨있었다. 참례자들은 성찬기도후 ‘주님의 기도’를 노래하면서
온 인류가 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형제·자매임을 깊이 느꼈다. 교황님의 장 엄축복에 대성당과 베드로광장을 가득 메운 수십만명의 신자들은 기쁨에 찬 박 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은총의 해’는 시작됐다. 사람들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성탄노래를 불렀 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이 아름다운 밤. 하늘에서는 ‘은총의 꽃가루’가 쏟 아졌다.
유흥식 신부(대전가톨릭대 총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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