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주교단이 25일 발표한 2000년 대희년 공동 담화문은 대희년 경축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이를 토대로 한 새천년기의 사목비전이 함축돼 있어 눈길을 끈다.
주교단은 우선 한국교회가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봉사로 아시아에서 주목받는 교회로 성장했으나 그 성장과정에서 이웃과 사회를 위한 ‘빛과 소금’의 역할에 불충했던 점들을 솔직히 고백했다. 특히 80년대 이후 중산층에 치중되어온 교세확장 그리고 사회의 불의와 부정 앞에서 명백한 태도를 취하지 못했던 자신들에 대한 공개적인 반성은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추구하는 주교단의 각오를 드러내는 대목으로 파악된다.
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모든 희년의 기쁨은 무엇보다도 죄의 용서에 기초한 기쁨 회개의 기쁨”(교서 ‘제삼천년기’ 32항)이어야 한다며 회개와 쇄신을 통한 거듭남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교단은 이어 “우리가 직면하는 새로운 천년기는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하고 한국교회가 새천년기 복음화를 위해 어떤 대비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지를 제시했다.
담화문에 나타난 한국교회의 2000년대 사목방향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 △환경생명 운동 △청소년 교육 △신앙생활과 전례의 토착화 △해외선교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민족의 평화통일에 ‘제물’이 되고자 하는 통일사목과 그리스도교를 우리의 전통과 문화 속에 스며들게 하는 토착화 작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교회의 주된 사목적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교회의 역량을 보편교회와 나누는 해외선교 특히 북방선교도 더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교회의 의장 박정일 주교도 이달초 주교단 합동피정을 마친 후 “주교들이 새 천년기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 토착화 외방선교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이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주교단은 애초에 대희년 교서(敎書)를 발표키로 했으나 가르침의 성격보다 대희년 경축 메시지를 전하면서 선언적 호소의 내용을 담는 것이 적합할 것 같아 담화문으로 바꿔 발표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