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20세기의 마지막을 보내며 새 천년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를 드릴 수 없습니다. 실은 1999년에 와서야 20세기의 마지막이며 새로운 세기의 시작임을 피부로 조금 느꼈을 따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제 앞에 떨어진 불똥만을 끄는 데 급급하였지 더 넓은 곳에 시선을 두지 못한 까닭이겠습니다.
다만 새로운 천년기에는 이제까지의 좁은 안목이 넓어졌으면 싶은 바람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마태 19 24) 그런데 낙타가 바늘귀를 뚫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선 낙타를 화장시킨 뒤 뼈를 곱게 빻아 가루를 만들어 바늘귀에 솔솔 뿌려 넣으면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 나라에 들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거듭 작아져야 하고 부서져 가루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고 만장했던 교만했던 1999년 20세기를 끝마치고 새 천년에는 모두가 작아졌으면 싶습니다. 나를 죽이고 가루가 되는 삶으로 거듭 태어나야겠습니다. 실로 많은 상처와 얼룩이 있었던 지난 20세기였고 그 모두가 나만을 중심으로 했던 이기주의의 좁은 안목에서 비롯된 상처와 얼룩이었습니다. 또한 본당의 사목 역시 행사 위주의 사목에서 탈퇴하여보다 본당의 영적인 삶을 추구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일전에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 들렀는데 Y2K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현수막과 함께 병원의 모든 기계에 점검이 끝났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세상은 온통 다가올 새 천년의 준비에 부산한데 우리 사목 현주소는 어떤 준비를 갖추고 있는지…?
사목 현장의 모든 문제를 점검하고 새 천년을 맞이할 준비는 되어 있는지…? 그리하여 길고 암울했던 20세기의 마지막 해인 1999년을 향하여 ‘안녕’이라고 작별을 고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제 2000년 대희년에는 모두가 기쁨을 가지고 살았으면 싶습니다.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면 좋겠습니다. 성당에 나오는 것이 기다려지고 소박한 꿈을 지니고 그 꿈이 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순박한 정이 되살아났으면 싶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새로운 희망의 꿈을 늘 깨지 않고 살기를 바랍니다. 어둡고 슬펐던 1999년에게 안녕을 고하고 희망의 꿈을 새 천년인 2000년에 실어 보냈으면 진심으로 좋아라 하겠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새 천년을 이렇게 노래하였습니다.
“그렇다 내가 지을 새 하늘과 새 땅은 무너지지 아니하고 내 앞에 남아 있으리라.” 야훼의 말씀이시다.
·다음 필자는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소속 수원교구 군포본당 책임자인 박혜숙(마리아녜스)수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