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본당에 처음 부임하여 새로 이사온 이웃의 마음으로 떡을 들고 개신교
의 목사님들과 사찰의 스님들께 인사를 올렸습니다. 처음의 낯선 모습에서 왕래
가 없었던 작은 골을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해 성탄절에는 예수님의 탄생을 함께 기뻐하자며 관할 구역의 목사님들께
과일을 들고 다니며 돌렸습니다. 아직도 이상한 눈으로 보시는 목사님들과 사모
님들의 모습에서 구도의 동반자 모습을 어떻게 찾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내
예배당 내 절 내 성당의 편협된 모습이 아닌 이 지역의 참된 이상을 위한 아
름다운 합창 선율을 연출하고자 하는 욕심에서였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성당에 ‘봉축! 부처님 오신날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
하여모든 불자님들과 함께 기뻐합니다―갈말 천주교회 교우 일동―’이라고 쓴
멋진 현수막을 걸어놓고 절에 들러 스님께 선물과 함께 인사를 여쭙고 연등을
두개 얻어 현수막 옆에 걸어 놓았습니다. 그 뒤 스님께서는 저희 본당 새 성전
착공식 때 오시어 첫삽을 함께 뜨셨고 바자회 때에는 노래 자랑에 출연하시어
육순이 넘은 연세에도 흘러간 유행가를 열창하셨습니다. 그 날 로만칼라 무희
(?)의 찬조 출연으로 스님께서는 본선에서 입상하시는 영광도 얻으셨고 새 성
전 헌당식 때엔 특강도 허락하시어 교우들과의 우정을 돈독히 하셨습니다. 허공
스님…. 더 많은 배움을 청해야 할 구도의 오랜 옛 스승님 바로 그분이셨습니
다.
철원군의 발전을 위하여 오랜 친구가 되어 버린 침례교회 목사님은 미국 유
학중 경제학을 전공하시고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셨던 분입니다. 그 뒤 목사직을
받고 시골 개척교회에서 오로지 청소년 교육과 그들의 사랑을 위하여 투신하신
열정을 지니신 분입니다. 이제는 우리 본당 여러 행사에 함께하시는 신앙의 형
제가 되셨습니다.
1999년 ‘성부의 해 기도’에는 이같은 교황님의 기도가 나옵니다. “이 거
룩한 희년이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가 다른 종교인들과 만나 대화하며 서로
마음을 여는 때가 되게 하여 주시고….”
우리 믿는 이들 마음 속에 무엇이 가려져 서로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게 만
드는지… 새 천년을 열고자 하는 이때에도 닫혀 있는 우리들 마음의 청동문은
무엇으로 열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연산군 갑자사화 때 사형당한 망
헌 이주 선생님의 글에는 이런 아쉬움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죽령이 하늘을 가려’ /깊은 밤 베개 맡에 물고기 뛰는 소리/ 밝은 저 여
강의 달은 지척에 대하건만/ 죽령이 하늘을 앗아 그대 볼 수 없어라!”
【배광하 신부(춘천교구 갈말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