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시티는 가톨릭 교회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또한 바티칸시
국으로서 엄연한 주권을 행사하는 하나의 독립국가다. 바티칸시티가 언제부터 독
립국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했을까. 1929년 2월11일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날은 교
황청이 이탈리아 정부와 상호관계 및 종교문제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날이다. 이
조약이 로마의 라테라노 궁전에서 체결됐다고 해서 ‘라테라노 조약’이라고 부른
다.
로마제국이 그리스도교 국가가 되면서부터 교황은 로마를 중심으로 이탈리아는
물론 주변 여러 지역에 상당한 영토(교황령)를 확보하고 있었다. 근대에 들어 유럽
각 지역에 독립국가가 출현하면서 많은 교황령들이 해당 국가에 몰수되거나 이양
됐고 1870년 이탈리아를 통일한 사르디아가 로마까지 점령하여 이를 이탈리아 왕
국에 편입시킴으로써 대규모 교황령은 사라지고 바티칸만 남게 됐다.
이에 맞서 교황들은 이탈리아 왕국에 항의했으나 좀처럼 타협을 보지 못하다가
무솔리니 치하인 1929년 2월11일 마침내 라테라노 궁전에서 전문(前文)과 본문 27
개항 및 부칙 4개항으로 이뤄진 협정과 재정(財政) 협약 그리고 45개조항의 정교
(政敎) 협약으로 구성된 라테라노 조약이 체결된다.
이에 따라 교황청은 0.44km²(약 13만3070평) 크기의 바티칸시티에 관한 완전
한 주권을 행사하고 성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을 비롯해 성 마리아 대성전 성바오
로 대성전 등 로마 시내에 있는 몇몇 성당들과 로마 근교의 가스텔간돌포에 있는
교황별장 등에 대한 소유권과 치외법권을 인정받았다. 또 교황은 신성 불가침의
사명을 지닌 신분이어서 교황을 모독하는 죄는 국왕을 모독하는 죄와 같은 비중으
로 이탈리아 법에 따라 처벌키로 했다.
바티칸 시국에 파견된 로마시내의 각국 대사관 건물들도 국제법에 따른 치외법
권을 인정받았고 바티칸시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교황청의 주권에 예속되
도록 했으며 로마 성서대학 그레고리안 대학 울바노 대학 등에 대해서도 교황의
사전 양해 없이는 이탈리아가 징발할 수 없도록 했다.
이 같은 조약에 따라서 바티칸시티는 교황청이 입법·사법·행정권을 가진 독
립된 주권국가로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바티칸시티는 세계 170개
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으며 각국 외교사절들의 모임에서는 교황대사가
사절단의 수석이 되는 것이 관례로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