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사도직의 올바른 방향 정립을 위한 키워드는 ‘세속’과 ‘일상’에 있다. 평신도를 규정하는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세속 안에서 살고 세속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는 교회 안에서 교회 공동체의 완성을 위해 노력해야할 뿐만 아니라 세상 안에서 살아가며 세상을 성화해야 하는 이중의 사도직을 실천해야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평신도교령 제5∼7항)
따라서 평신도들이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세속 안에서 개인적으로나 단체적으로 수행해야할 자신의 사도직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있고 또 효과적으로 실천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평신도 사도직 활동의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 당산동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 직장신우회의 총무직을 맡고 있는 김신범(33·루도비코)씨는 “직장 안에서 신자로서 해야할 역할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일이 없다”며 “현재 직장신우회는 같은 종교를 가진 신자들간의 친목모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 안에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서울 상계동의 서아무개(34·글라라)씨는 “아파
트생활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과 거의 교류없이 지내고 있다”며 “아직까지 평신도 사도직이 과연 무엇이고 내가 신앙인으로서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올림픽 제3경기장에서 열린 평신도대회에서 발표된 ‘평신도 선언문’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의 본분이 현세질서를 성화하는 것임을 망각하고 교회 출석과 성사생활이 신앙생활의 전부인 것처럼 살았음을 고백한다. 집단 이기주의와 자기 중심주의에 사로잡혀 불의와 타협하고 진리를 외면하면서 살았음을 고백한다.”
이 고백은 역설적으로 평신도 사도직이 사회 정의와 평화를 위한 ‘조직적 차원’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시민·사회단체 종사자들은 새 천년기를 맞는 한국교회는 이제 개인적인 사도직 차원을 뛰어넘어 조직적인 사도직을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신교 재단의 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김아무개(33·헬레나)씨는 “천주교의 경우 조직적인 평신도 사도직이 거의 교회의 도움을 받고 있지 못해 자연히 침체될 수 밖에 없다”며 “평신도들이 스스로 다양한 운동 단체를 만들어 사회 정의 및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의 한 사제는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활동은 지금까지 거의 사제들의 몫이었으며 평신도들은 주변에서 조력자의 역할에 그치는 경향이 많았다”며 “지금부터라도 평신도들이 주축이 된 정의·평화·사회복지 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목국 정월기 신부는 “평신도 사도직의 올바른 방향 정립을 통한 신자들의 ‘쇄신’은 한국교회 전체의 ‘활기’와도 일맥 상통한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며 더 나아가서 “평신도의 삶터는 새 천년기 새 복음화가 이뤄질 ‘현장’이라는 점에서 ‘성화된’ 평신도들에 의한 사도직 실현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