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는 아시아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에게 유
럽인으로 와 닿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분에게 아시아인의 옷을 입혀주어야 합
니다.”
대만 주교회의 의장 겸 카오슝 교구장인 폴 산 쿼시 추기경은 사제양성에
관한 기본방향을 그리스도교의 토착화에 두어야 함을 강조했다.
“아시아는 수천 년에 걸친 위대한 철학과 종교 문화와 전통들이 자라나고
꽃 피운 대륙입니다. 바꿔 말하면 사제는 아시아의 철학과 종교 그리고 전통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
인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갖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분명한 것은 하느님
께서는 아시아인이 아시아인을 복음화하길 원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는 “아시아의 몇몇 나라들은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극심한 빈곤과 비인간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사랑과 연대를 사제의 첫째 덕목으로 꼽았다.
“신학생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의 실생활을 체험케 함으로써 그들이 가난한
이들을 동정하고 검소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물질주의적이고 소비
지향적인 사회에서 사제의 검소한 생활은 복음의 가치에 대한 훌륭한 증거이며
현대 사회의 질병에 대한 효과적인 해독제입니다. 아시아인들이 종교에 관계없
이 부처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의 청빈 때문입니다. 아시아인들은 그런 종교인을
바라고 있습니다. 사제는 고급차를 타고 편안한 생활을 좇아서는 안됩니다.”
그는 또 아시아의 사제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토착화 및 종교간 대화에
대한 관심과 지식 △사회 정치적 모순을 복음에 비추어 해결하려는 의지 △평
신도와의 적극적인 협력 자세 △불평등에 시달리는 여성에 대한 존경 태도 등
을 열거했다.
그는 이어 “신학교에 그리스도를 닮은 양성자가 없다면 아시아에서 복음화
와 사목활동을 위해 헌신하는 사도다운 사제도 없다”며 “신학교 교수들은 예
수님의 사랑과 인내 관심과 열성을 본받아 신학생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
다.
대만의 지진피해 복구상황에 대해 그는 “주교회의 차원에서 즉시 대책위를
구성 피해지역을 7개 지구로 나눠 7개 교구가 해당지역 복구에 나서도록 독려
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특히 대만교회는 지진 참사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과 오갈 데 없는 노인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3만불을 지원하는 등 전세계 교회가 한 형제처럼 연대
감을 표시해 준데 대해 뭐라고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본토에 대한 대만교회의 선교정책을 묻는 질문에 그는 “나름대로 노
력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변화되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