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목연구소(소장 김종수 신부) 산하 토착화연구위원회는 2000년대 한국
교회의 토착화 연구 방향을 전망하는 학술발표회를 25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에서 개최했다.
신학·전례·동양학·영성의 4개 분야에 걸쳐 이뤄진 이날 발표회에서 참석
자들은 그리스도 신앙의 토착화는 21세기 한국민족과 문화의 복음화를 위한 필
수조건이라며 토착화 작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새 천년기에는 한국교
회가 더 이상 로마 중심의 신학과 교육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는 각성과 아울
러 토착화 연구에 대한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발표회는 외래
종교인 그리스도교가 새천년기의 한국문화와 전통 안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
는 이론적 근거와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다음은 주
제발표문 요약이다.
◇ 신학 분야 (곽승룡 대전가톨릭대 교수 신부)
한국사람·복음·문화의 삼위일체적 만남 요청
2000년대에는 분명한 신학적 주제가 우리 문화와 종교 안에서 다양하게 드러
나야 한다.
교황청이 92년 발간한 ‘가톨릭 교회교리서’의 특징을 보아도 이전의 교리
서와는 달리 성서를 많이 인용하고 있다. 이전의 일방적인 존재론적 개념의 선
포적인 모습을 지양하고 성서의 말씀으로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어 세상 안으로
다가가시는 삼위일체의 하느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2000년대의 신학은 복음·교회전승·한국의 전통종교 등이 각각 독
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해석학적 반성과 통합성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통종교와 그리스도교 진리가 어느 쪽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나서 대화를 가져야 한다.
신학의 현대적 경향은 서로 연관되는 부분은 통합한다. 예컨대 창조론은 원
죄론과 그리스도론 그리고 구원과 종말론에로까지 통합하다. 통합적 신학 모델
의 예를 들면 다산 정약용은 천(天)의 영명(靈明)함이 인간의 마음을 감찰한다
고 했다. 천과 인이 공유하는 영명성에 대한 다산의 강조는 이 영명성을 매개로
천과 인의 관계를 인격적으로 상정했다는 점에서 다산이 유교와 그리스도교가
만날 수 있는 사고적 터전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는 사도시대(1세기)와 호교시대(2세기)를 거쳐 3세기에 와서
야 각각의 문화와 만나는 토착화를 시도했다. 이제 한국 천주교회도 3세기를 지
나가는 토착화의 황금시기를 맞이하는 준비가 절실히 요청된다. 토착화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만남만을 말하지 않는다. 토착화는 한국사람 복음 그리고 문
화의 삼위일체적인 만남이어야 할 것이다.
◇ 전례 분야 (나기정 대구효가대 교수 신부)
그리스도교 진리의 절대성 양보해선 안돼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의 전례에서 보듯 전례는 변화 발전한다. 하지만 토착
화 과정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요소는 ‘그리스도교 진리의 절대적 특성’
이다. 이 절대성이 양보될 때 토속화의 위험이 내재한다.
① 토착화의 주체는 교회공동체다. 따라서 성직자와 학자 등의 ‘위로부터의
전례’ 뿐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전례’도 생각해야 한다. 교회 구성원 모두
가 토착화에 나서야 한다.
② 번역은 토착화의 첫걸음이다. 중세역사에서 전례언어는 백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라틴어가 지속적으로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백성은 전례로부터 멀어졌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우리 언어에 대한 연구와 개발
이 이루어져야 한다.
③ 전례 유관 분야의 발전을 위한 활성화와 유관 분야 전문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영화가 마치 종합예술이듯 전례도 교회 삶의 종합이
라고 말할 수 있다. 전례 유관 분야에는 인간과 신앙인의 삶과 학문에 관련되는
모든 것이 해당된다.
④ 무엇보다 전례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전례가 우리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치를 생각할 때 결코 대충 넘겨버릴 사안이 아니다. 교회 구성원 전체
에 대한 교육과 함께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교회구성원 안에서 변화 그리고 토
착화를 지향하는 ‘열의’가 생겨날 수 있도록 전례운동을 촉진해야 한다.
교회가 전례를 보존한 것이 아니라 전례가 교회를 지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례는 우리 삶의 전부다. 전례의 토착화 작업은 우
리 안에서 딱 맞아떨어지는 예식을 찾아내는 일(입맛을 맞춘 전례)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례의 근본원리와 변화의 의미를 찾음으로써 지금 이 자리에 적용 정
착시키는 일(입맛을 맞추어 하는 전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 동양학 분야(가톨릭대 최기섭 교수 신부)
동양사상과 그리스도교 신학 비교·연구 필요
한국교회의 토착화 작업은 추상적인 이론 중심의 연구와 제도적인 장치의
미비 등으로 인해 아직 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토착화 연구를 활성
화시키기 위해서는 주교회의 산하에 토착화위원회 신설 신학교 교육과정 확대
및 연구기능 강화 유관 연구기관들의 연대 작업 아시아 교회들과의 협력증진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연구방법론에 있어서는 시대와 주제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
는 실질적인 모델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연구발표회 형식도 고정화된 틀을 깰
필요가 있으며 전문학자들 뿐만 아니라 여타 교회 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또 상제례 예식서 시안을 별도의 팀이 만들었던
것처럼 특정 사안에 따른 특별위원회 구성도 꼭 필요하다.
동양사상과 그리스도교 신학을 비교·연구할 수 있는 대상은 매우 많다. 예
컨대 동양의 경학(經學)과 성서신학 동양의 윤리와 윤리신학 동양의 수양론과
영성신학은 물론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생명 환경문제 등도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중요한 주제들이다.
한국종교사와 한국종교의 현실에 대한 이해는 토착화의 또다른 기반을 마련
해 준다. 특히 한국사회에 뿌리깊은 민간신앙에 대한 연구는 제도종교로서의 그
리스도교가 어떻게 민중들의 종교적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점
을 시사한다.
이밖에도 토착화 연구의 또다른 대상은 한국의 문화 역사 교회사 분야 등
이다. 한국인의 제반 문화양식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역사 특히 교회사에 대한
깊은 통찰은 신학의 토착화 내지 한국화를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토착화는 과거와 미래라는 두 축을 포괄할 수 있는 폭넓은 개념이다. 과거의
전통적인 문화와 정신에 기반을 두고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문화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무척 어려운 문제다. 보다 많은 신학자들이 토
착화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중심과제로 삼을 때 비로소 한국교회
의 토착화는 가능할 것이다.
◇영성 분야(이 도미니카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
순교영성이 가장 한국적인 그리스도교 영성
그 동안의 영성의 토착화 작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순교영성이야말로
한국적인 영성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국인 특유의 종교적 심성과 열정에서 기인
한다. 또 동양 영성의 핵심을 나타내는 무(無)와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