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희년 정신의 핵심은 회개와 쇄신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교회가 자신을 가다듬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교회법상 한국주교회의를 대표하는 의장에 선출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2000년 대희년’에 관한 얘기부터 꺼냈다.
“그리스도 신앙인으로서 2000년 대희년은 말 그대로 천년에 한번 맞이하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입니다. 이 중대한 시점에서 우리 교회가 잘못한 것은 분명히 짚어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천년기를 맞이하자는 것이 주교단의 각오입니다. 다시 말해 회개와 쇄신을 통해 거듭나서 교회 본연의 사명인 인류 구원사업을 올바로 수행하자는 것이지요.”
박 주교는 “이번 정기총회에서 주교단은 ‘주교부터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눴다”면서 주교들이 11월말에 첫 공동피정을 갖기로 합의한 것도 이 같은 각오와 배경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사실 그 동안 신부와 신자들에게 ‘2000년을 잘 준비하라’고 수없이 얘기했지만 우리 자신들의 준비는 어떤가 되돌아보니 성찰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주교 서품식장에 가서 새로 태어나는 주교의 다짐을 들을 때면 ‘찔리는’ 게 많아요. 그래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만사 제쳐놓고 피정을 갖자고 한 것입니다. 물론 과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주교들의 이런 노력을 보면 신부와 신자들의 마음도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박 주교는 “마산교구의 경우 대희년 준비의 큰 주제를 ‘사회복음화’로 잡았다”면서 새 천년기를 맞이하는 한국 교회도 이에 대한 준비와 결의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믿는 이들이 사회 안에서 해야 할 일 즉 교회의 사명은 복음화입니다. 그런데 복음화에는 준비와 단계가 있어요. 가장 먼저 사회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그 다음에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합니다. 하지만 도덕성 회복과 사회정의 실현만 갖고는 복음화를 이룩할 수 없어요. 바로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하느님이 궁극적으로 원하시는 것은 사랑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올해 73세인 박 주교는 PC 통신과 인터넷만큼은 요즘 X세대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고 있다. 또 볼링을 무척 좋아해 간혹 ‘X세대 주교’로 불린다. 91년부터 컴퓨터를 다루다보니 지금은 컴퓨터가 없으면 일을 못할 정도. 그는 “모 PC 통신사가 가입자 200만 명 돌파기념으로 벌이는 경품행사에 일찌감치 응모해 두었다”며 웃었다. 이어 한국 교회의 뒤쳐진 정보화사업을 지적하며 관심과 투자를 촉구했다.
“PC 통신과 인터넷 안에 들어가 보면 참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움직여요. 장차 컴퓨터 인구가 1000만 명은 족히 될 겁니다.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도 교회가 현존해야 합니다. 네티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리를 가르치고 강론을 하는 사이버 선교 말입니다. 물론 현재 각 교구에서 열심히 정보화 사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타종교에 비하면 뒤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제 컴퓨터는 복음화의 ‘선택도구’가 아니라 ‘필수도구’입니다.”
박 주교는 이어 “주교단은 이번 정기총회에서 교회의 대북 지원 창구가 다양한 탓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장시간 논의했다”며 “대북 지원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얘기는 물적 지원 창구의 일원화보다는 정보와 조정의 일원화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고향은 평안남도 평원. 1 · 4 후퇴 때 부모님을 따라 내려오지 못한 남동생 한 명과 사촌들이 북에 살고 있다. 그는 대북 지원 얘기를 하는 도중 실향민이 겪는 아픔의 일면을 내비치기도 했다.
“교회대표이건 개인자격이건 여건만 허락되면 언제라도 기꺼이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요. 그런데 마음만 갖고 되나요…. 여건이 좋아지길 기다릴 뿐입니다.”
그는 또 “주교회의는 그동안 ‘2000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면서 ‘새날 새삶 운동’을 제창하는 등 대희년 준비를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다”며 ‘새날 새삶 운동’의 4가지 실천사항 중 ‘나부터 새롭게’ 정신을 대희년의 출발점으로 삼자고 신자들에게 당부했다.【김원철 기자】
박정일 주교회의 의장 약력 ▲1926년 평남 평원 출생 ▲44년 숭인상업학교 졸업 ▲48년 덕원신학교 고등과 입학 ▲51년 서울 가톨릭대학 철학과 입학 ▲55년 로마 우르바노대학 철학석사 59년 신학석사 62년 안젤리쿰대학 사회학 석사 ▲58년 로마에서 사제서품 ▲62년 부산 초량본당 보좌 64년 경남 문산본당 주임 ▲70년 광주 가톨릭대학 교수 ▲75년 경남 중동본당 주임 ▲77년 주교서품 및 제주교구장 ▲82년 전주교구장 ▲89년 마산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