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반 6반 3반 4반 5반 8반 7반.’
초·중·고등학교에서의 그 ‘반’이 아니다. 서울대교구 망우동본당 제9구역장인 ‘선교 해결사 아줌마’ 배수한(데레사)씨와 부구역장 강용자(율리아)씨가 오늘 가정방문 선교활동을 위해 돌아보기로 계획한 구역들이다. 행정 구역으로는 서울 중랑구 망우3동 407번지 일대다.
벌써 저녁 7시가 훨씬 넘은 시각. 지역을 모두 돌아보려면 시간이 바쁘다. ‘한집만 더’ ‘한집만 더’ 하다보면 밤 11시를 넘기기 일쑤. 어떤 때에는 새벽 1시까지 활동한 적도 있을 정도다.
이렇게 밤늦은 ‘올빼미’ 선교활동을 펼치는 이유는 요즘 맞벌이 부부가 많아 낮에는 집이 대부분 비어있기 때문. 여느 보통 주부라면 가정에서 남편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낼 시간이지만 이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를 이웃에 전한다는 생각에 오늘도 어김없이 ‘새가족 찾기’가 새겨진 선교 띠를 두르고 선교활동에 나선다.
성당 문을 나와 골목으로 접어들자 상가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저 아시죠.”
무턱대고 들어간 한 음식점. 워낙 자주 들르다 보니 음식점 주인은 이제 두손들었다는 표정이다.
“그래요. 성당 다닐게요. 입교서는 어떻게 쓰는 거예요.”
1년만의 성과였다. 지난 1년 동안 거의 매일 들러 신앙을 권유한 결과가 오늘에서야 나타난 것이다. 출발이 좋았다. 처음 방문한 집에서 입교서를 받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다.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가정방문 선교활동이 벌써 1년째. 걸걸한 목소리를 지닌 적극적인 성격의 배씨와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은 듯한 인상의 강씨는 언뜻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느덧 본당에선 ‘최상의 선교 단짝’으로 불린다.
지난해말 불과 보름여만의 가정방문 선교활동에서 이들이 60여명에게 전교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는 모두 ‘개신교 신자들도 머리를 흔들고 갈 정도’의 극성(?) 선교활동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들 역시 어깨띠 두르는 것이 쑥스러웠고 선교 홍보지 하나 나눠주는 것조차 부끄러워 망설였지만 이제는 낯선 집을 성큼성큼 들어갈 정도다. 특히 강씨는 선교활동을 통해 신앙이 쇄신되었다며 이제는 배씨보다 더 적극적이다.
번화한 상가를 벗어나자 다세대 주택가가 나타났다. 배씨와 강씨는 우선 천주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인 가정들을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찾은 집은 얼마전 ‘기회가 되면 성당에 나가겠다’고 약속한 가정. 초인종을 누르자 인터폰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이 성당에 다니겠다고 한 모양인데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남편은 아직 직장에서 돌아오지 않았어요.”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늘상 겪는 일이다.
“가정방문 선교의 비결은 우선 아내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남편이 먼저 신앙을 가질 경우 아내가 성당에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반대의 경우엔 온 가족이 세례를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배씨와 강씨는 이번엔 좀더 선교하기 어려운 가정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일반 신자들이 그동안 인도하지 못한 완고한 가정은 대부분 이들의 몫이다.
이날 배씨와 강씨는 10여집 이상을 다녔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집집마다 다니며 초인종을 눌렀으나 그때마다 ‘저희는 필요 없어요’라는 대답뿐이었다. 그럼에도 배씨와 강씨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1년 2년 지속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선교하면 언젠가는 성과가 나타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당 신부님이 방문해도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가정이 많습니다. 그러나 선교활동은 끈기와 지속성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이 함께하시니까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배씨와 강씨는 ‘한가롭기’ 때문에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배씨의 경우 현재 퇴직한 남편이 당뇨병과 합병증으로 시달리고 있고 시부모님의 건강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더구나 대학생 자녀가 있어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생활고에서 오는 고통의 흔적은 배씨의 얼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어느덧 밤 10시가 넘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가정방문 선교를 마치기로 했다. 시간이 늦기도 했지만 레지오 활동 등으로 하루 종일 성당에서 지낸 탓인지 피곤이 밀려왔다.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 아래 집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한 걸음 한 걸음에서 예수님께로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의 신앙이 느껴졌다. 이들이 걷는 길옆 담에는 망우동본당 선교 표어가 붙어 있었다.
‘하느님은 당신을 부르십니다. 오셔서 한가족이 됩시다.’ ‘성당 오셔서 마음의 평화를 얻읍시다.’【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