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노인들은 사랑에 굶주린 분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노인이 되었다는 소외감 무서운 고독 자신이 쓸모가 없어졌다는 허탈감 희망이 없어진 이 어른들을 조심스럽게 한분한분 모시며 관찰해온 결과 이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결국 사랑뿐이다.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 그래서 이 사랑이 주님께로부터 얻은 것이라면 대단한 힘과 변화를 가져다준다.
우리가 오래 전에 모셨던 이국성 할머니는 어찌나 극성스러웠던지 자연히 그분을 ‘이 극성’이라 부를 정도였다. 사랑에 굶주렸던 이 할머니는 우리와 지내는 동안 순진한 어린양처럼 변화되어 너무도 예쁜 귀염둥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다. 그분의 텅빈 마음을 사랑으로 메워 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조 로사 할머니의 첫인상은 아주 험상궂고 미움으로 가득차 보였다. 사위하고 늘 싸우며 사셨기 때문에 입에서는 욕설과 저주스런 말만 튀어나왔다. 그때만 해도 설립 초창기라 걸레도 부족할 정도로 가난했었는데 하느님의 섭리로 옷감을 구하여 로사 할머니께 한복을 해드렸더니 그날 처음으로 웃으셨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난생 처음 새옷을 선물 받으셨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날 새옷 자랑을 하러 외출을 하셨는데 또 사위와 싸우다 중풍으로 쓰러지셨다. 그후 할머니는 죽음을 결심하고 15일 동안 식사를 거절하다 수녀들의 정성어린 사랑으로 우리들의 사랑스러운 재롱 할머니로 변화되셨다.
돌아가신 후에도 그분은 아름다운 18살 소녀의 모습 같아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렇다.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사랑을 주면 예뻐지게 마련이다.
뺨을 맞고도 사랑스럽던 할머니 한 분이 생각난다. 프랑스에서 내가 돌보던 Mme Monerie 할머니. 오른쪽은 마비됐지만 반면에 왼쪽 손이 오른손보다 세배의 힘을 소유하신 분이었다. 어느 날 간호해 드리던 중 갑자기 ‘눈에서 별이 반짝!’ 그분의 왼손이 내 오른쪽 뺨을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애교가 많고 붙임성 있고 다정한 그분은 얘기하다가 갑자기 눈이 빙빙 돌 정도로 번개같이 ‘찰싹!’ 상대방의 뺨을 때리셨다.
이렇게 몇 번을 맞고도 상쾌했던 기분과 그분에 대한 사랑의 추억은 내 마음 속 깊이 남아 있다.
서순자 수녀(프란치스카·경로수녀회 잔쥬강의 집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