쟌 쥬강의 집 가족 중 거동이 불편하시지 않은 몇 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할
머니들은 휠체어를 사용하신다. 그러기에 엘리사벳 할머니는 “우리 층에는 나
만 빼놓고 다 휠체어 기사들이여! 하하”하신다. 여기에 계시는 모든 분이 머리
카락부터 발톱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죽겠다 죽겠다’하시면서도 ‘오
늘 노래시간 몇 시다’하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신다. 아마도 그 시간만큼
은 아픈 생각이 어디론가 달아나는가 보다. 그래서인지 어느 할머니는 “여기에
오기 전에는 그저 죽기만 바랐는데 이젠 죽고 싶지 않아! 이 지상천국에서 오래
살고 싶어!”하신다.
귀가 잘 안 들리시는 98세의 에밀다 할머니는 노래부르기를 좋아하시는데
스스로 ‘즉석 작곡가’란다. 자기 마음대로 소리내는 것을 인기로 여기며 만족
하신다.
여흥 시간과 더불어 수공예 시간에는 그분들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시느라
아프거나 고독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하루가 너무도 바쁘고 재미있고 삶이 깨
쏟아지듯이 풍요하게 된다. 바로 이렇게 취미 살리기 운동을 펼치노라면 노인들
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서서히 평온을 되찾아 행복해지게 마련이다. 우리 집의
노인들은 누구나 무엇인가를 한다. 공작실에 진열된 그분들의 작품은 모든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우리 집 노인들의 자랑거리에서 손꼽을 만한 것은 그분들 모두가 ‘악기 다
루는 박사’라는 점이다. 박마리아 할머니의 북치는 솜씨를 보면 혼자 웃고 말
기에는 너무도 아까울 정도다. 북을 엇비스듬하게 무릎 위에 놓고 옛날 우물가
에서 방망이로 빨래를 두들기듯이 지휘자를 심각한 얼굴로 뚫어지게 바라보며
북을 마구 친다. 몸이 약하신 아녜스 할머니는 무거운 악기는 힘들고 작은 악기
는 시시하다며 악기 투정이 심하시다. 몸의 왼쪽이 마비된 데레사 할머니는 오
른손을 높이 쳐들어 악기를 흔드시며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그분의 열성을 과시하신다. 또 트라이앵글을 점잖게 울려주시는 미카엘 할아버
지 등… 누가 제일인지 도저히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유명하시다.
“수녀님 제 왼손바닥을 깨끗이 씻어주세요.” “왜요 아녜스 할머니?”
“바로 이손의 성체 안에 예수님이 내려오시니까!”
한 할머니는 날마다 간호시간에 “수녀님한테서 웬 냄새가 나!” “무슨 냄
새요?” “사랑의 향기.” 그리고는 하늘스런 웃음! 마음이 깨끗하고 고우신 우
리 노인들!【서순자 수녀(잔 쥬강의 집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