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순교자성월이 시작되면 기해박해(1841)때 순교한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과 그 형제 순교자들의 후손들은 구산성지와 조상의 묘소를 찾는다. 뿔뿔이 흩어졌던 후손들은 선조들의 묘지를 벌초하면서 ‘신앙’이란 이름 아래 목숨까지 기꺼이 바쳤던 조상들의 순교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이달 벌초를 앞두고 경기도 하남시 구산성지를 미리 찾은 김윤식(66·요한·서울대교구 중곡동본당)씨. 그는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의 셋째 동생인 순교자 김문집의 4대손으로 현재 가문의 종친회장을 맡고 있다.
가문내에서는 최고 어른인 친형 김경식(77·비오·수원교구 목감본당)옹과 함께 성지를 찾은 김윤식씨는 태어나 자란 이곳 구산을 찾을 때마다 선조들의 신앙의 열기를 새롭게 받는 듯하다.
이들 형제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언제나 변함없이 고향과 성지를 지키고 있는 김학진(49·프란치스코)씨를 보며 든든함과 함께 미안함을 느낀다. 김학진씨는 이들 형제들보다 한 항렬 낮은 5대손으로 고향 땅을 떠나지 않고 구산성지 주변에서 농사를 지으며 20여년간 성지를 돌보고 있다. 성지내 돌 하나 풀 한포기 어느 것 하나 학진씨의 손길이 가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80세를 바라보는 김경식옹은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과 형제 그리고 그 아들들까지 1 2대가 순교하면서 당시 2 3대 후손들이 박해를 피해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로 이주했던 옛이야기들을 되살렸다.
김윤식씨는 “그렇게 고향을 떠나면서 땅과 재산 등 많은 것을 잃었지만 신앙만은 버리지도 잃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런 고비가 있었지만 아직도 구산성지 주변에는 성인과 그 형제 순교자들의 후손들이 10여가구 살고 있다.
김씨 형제는 특히 선조들의 신앙의 뿌리를 꿋꿋이 지키기 위해 “누구나 유아세례를 받도록 했고 관면혼인을 용납하지 않아 결혼식을 늦춰서라도 반드시 세례를 받은 사람과 결혼하도록 할 정도였다”고 신앙을 지켜나가기 위한 가문의 노력들을 얘기했다.
이들 형제는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은 특히 전교의 열의가 가득해 옥중에서도 죄인들에게 하느님을 알리고 그들이 회개하도록 했다”며 “선조들의 정신을 본받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선조들에게 부끄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경식옹은 “우리 자손들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님의 은총”이라며 철저한 믿음 속에 살다간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후손들의 일임을 강조했다.【조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