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다 순교자 주님의 용사여’. 목숨 바쳐 신앙의 증인이 됐다. 이 땅의
순교자들을 기리는 순교자성월이 시작됐다. 대구·광주·서울관구로 나눠 잘 알
려지지 않은 교회사적지를 3회에 걸쳐 연재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
편집자
▲ 대구대교구 이선이 묘〓1815년 을해년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교우
촌을 이룬 이래 영남지방 복음화의 요람이 됐던 신나무골(경북 칠곡군 지천면
연화동)에는 병인박해 당시 큰 아들과 함께 작두에 목이 잘려 순교한 이선이(엘
리사벳)의 유해가 묻혀있다.
성산 배씨의 부인이었던 이 엘리사벳은 병인박해를 피해 신나무골로 피신했
지만 포졸들이 들이닥쳐 다시 한티(칠곡군 동명면)쪽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결
국 체포돼 그 자리에서 맏아들과 함께 작두날에 목이 잘려 모자가 함께 순교했
다. 원래 이씨의 유해는 그가 한티에서 순교한 뒤 대구시에 있는 선산에 모셔져
있었으나 1984년 신나무골 성역화 작업의 하나로 이장돼 오늘에 이른
다.(0545)972―8149
▲ 부산교구 조씨 형제 묘〓부산시 강서구 생곡동 배씨 가문 선산에는 의외
로 조씨 형제 석빈과 석증의 묘가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 유교집안인 창녕 조씨
가문에서 태어난 석빈·석증 형제는 천주교로 개종한 뒤 전교활동에 전념하다
1868년 체포돼 참수됐다. 관헌은 형 석빈을 참수한 뒤 석정에게 배교를 강요했
으나 석정은 “형의 목에 십자가 꽃이 피었다”며 자기도 참수를 간청해 형과
함께 순교의 월계관을 받았다.
이들의 시신이 문중의 반대로 선산에 모셔지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긴 고
배문한 신부의 3대조(祖)가 조씨의 선산 앞에 있는 배씨 선산 가까이에 묻어 오
늘에 이른다.(051)462―1784
▲안동교구 마원〓경북 문경군 문경읍 마원1리에 위치한 마원성지에는 병인
박해 당시 경상도 북부지역 사목을 담당하던 칼레 강 신부(파리외방전교회
1833∼1884)를 모시고 피신하다 잡혀 순교한 박상근(마티아)의 묘소가 있다. 마
원에는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충청도 지방 교우들이 박해를 피해 찾아들면서
복음이 전해졌다. 마원은 문경 한실 여우목 호랑리 건아기 등과 함께 신앙선
조들이 화전을 일구며 교우촌을 이루고 살았던 유서깊은 곳. 그러던 중 1866년
병인년 박해의 칼날은 마원까지 이르렀고 이때 이곳 신자 40여명은 상주 대구
등지로 압송돼 순교했다고 전한다.
현재 마원성지에는 강 신부와 박 마티아의 동상이 건립돼 있으며 마원에서
부터 백화산 자락을 넘으며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체험코스도 마련
돼 있다.(0581)571―0326
▲ 마산교구 허유고개 정 안토니오 묘〓경남 진양군 사봉면 무촌리 중촌동
허유고개에는 순교자 정찬문(안토니오)의 묘가 있다. 1822년 진양 정씨 가문의
외아들로 태어난 정 안토니오는 천주교 집안의 윤씨와 혼인한 뒤 입교해 전교
활동에 전념하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 혹독한 고문과 형별 속에서도 결코
배교를 입에 담지 않아 참수된 신앙의 산증인이다.
그가 순교한 뒤 사촌들은 머리없이 몸체만 있는 유해를 안장했다. 그래서 인
근 지역에서는 이 묘를 ‘무두묘’(無頭墓)로 부른다. 1947년 당시 문산본당 주
임 서정도 신부가 광산 김씨라는 사람의 증언을 듣고 무두묘를 확인 기념비를
세웠다.(0591)761―5453
▲청주교구 동골〓충북 진천군 문봉리에 있는 동골 유적지는 최양업 신부
사목활동의 보금자리이자 저술활동이 이뤄진 곳이다. 동골은 최 신부의 1854년
11월4일자 서한의 발신지로 기록돼 있으며 최 신부의 셋째 동생 최우정(바실리
오)의 장남 최상종이 집필한 ‘최 바실리오 이력서’와 ‘최 신부의 이력서’
에도 명시된 유서깊은 사적지다.
물론 현재의 ‘문봉리 동골’ 유적지에 대해서는 ‘진천 백곡리 배티 동
골’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문봉리 동골이 최 신부의 사목지라는 주
장이 더 유력하다. 근거는 이 마을에 살던 고 유봉열 할머니의 증언 때문이다.
현재 동골에는 최근 신축한 최 신부 기념성당과 피정의 집이 있다. (0434)533―
1022 【박주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