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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한강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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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단상 막바지 더위가 쏟아내는 폭염을 안고 전철에 올랐다.

서울로 가기위해 오른 정오의 전철 안은 제법 한산했고 그 한산한 풍경은
이내 무료함으로 바뀐다.

눈길 둘 곳도 마땅치 않아 잠시 여기저기 두리번거려본다.

사람들의 모습이 제 각각이다. 신문보는 사람 잠들어있는 사람 또는 졸다깨
다 또 조는 사람 이어폰을 듣고 있는 젊은 친구 쉬지않고 휴대폰 통화를 하는
사람 등….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여전히 재미없는 전철의 풍경을 둘러보는데 전철은 어
느새 노량진역을 출발하고 있었다.

“노량진? 그래 잠시 후 한강을 지나겠구나!” 전철 타고 서울가면 한강을
건너지 않는 적이 없지만 유난히 무료함을 느끼는 오늘 작은 궁금증과 기대감
을 가져본다.

‘한강을 지날 때의 사람들의 반응’이 그것이다.

아주 어려서 서울가는 기차를 타던 생각을 해본다. 그 어릴 때 한강을 건널
때면 어김없이 두 무릎을 곧추세우고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는 어린 나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 거의 모두 몸
을 돌려 한강을 바라보았으리라. 그것은 내 기억에 한강을 건너며 치르는 하나
의 신나고 경이롭기조차 한 전례였다.

마침내 한강이 시작된다. 며칠 전의 폭우로 더욱더 관심이 갈만도 한데 그러
나 아무도 그 누구 한사람도 한강에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신문보고 졸고 전
화하고 여전히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전철 안에서 재미가 없고 일상의 삶이 또한 그러해
서 신이 나지 않는다.

한강을 지날 때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우리의 무료한 시선도 잠시 한
강을 내려다보며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습관된 문화가 없다. 특별한 시간과 장소
가 아니라도 일상의 무료함 한 가운데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문화적 습관이
없다면 이 여름이 다 간다해도 우리 인생은 지치고 무료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제 지친 세상을 환기시켜줄 복음적 문화를 교회가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박유진 신부】인천교구 소사3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199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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