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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신부님! 절 좀 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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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원에서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강의실로 내려가 수업시작을 위한 점
검과 공지사항을 전하고 난 후 사무실로 돌아와 업무를 보고 있었다. 1시간30분
쯤 지났을까. 한 수강생 자매가 사무실에 들어와 “신부님! 절 좀 도와주세요”
하면서 가슴이 답답함을 호소하였다.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한 그 자매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신부님! 도저히 강의를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
로 올라왔습니다. 강의 내용이 저의 뼈아픈 신세와 너무나 비슷해 그만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울음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그래서 신부님께 넋두리를 해야만
살 것 같습니다”라며 펑펑 울기 시작하였다.

울음과 넋두리가 반복되는 그녀의 아픈 사연과 한맺힘을 듣고 있노라니 너
무나 안타까웠다. 1시간 가량 이야기를 한 후 그녀는 매우 침착한 상태로 되돌
아왔고 그나마 이렇게 실컷 울면서 마음의 답답함을 풀고 나니 이제는 지난날
의 아픈 상처를 다 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자신처럼 아픈 사
람들에게 무엇인가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희망이 생긴다고 하였다. 그
자매와 하느님께 기도를 바치면서 나는 “참으로 잘 오셨고 잘 하셨습니다. 자
매님이야말로 좋은 상담자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아픈 이웃들에게
잘 보여 주실 것입니다.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십시오”라고 말하
고 그녀를 강의실로 되돌려 보냈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상처 입은 치유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치
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바로 상처 입은 치유자요 이 시대의
교회 상담자들이다. 교회 안팎에서 현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
결하려는 안간힘 끝에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의 곤경(마태 26 38 참조)에
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그들은 이 시대의 고통을 그들 자신의
마음속에서 깨닫고 그 다음으로는 그 깨달음을 자신들의 봉사행위의 출발점으
로 하도록 소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치료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
이 상처 입은 자로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시면서 다른 이들의 상처도 낫게 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담원을 수료하신 분들과 방금 울분을 토했던 그 자매 그들은 바로
이 시대의 상처받은 치유자다. 사목자인 나도 필연적으로 여기에 속한다. 그렇
다면 내가 상처받았던 내가 상처받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나도 “절
좀 도와주세요”하고 외치는 절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교회의 무관심이었
다. 나는 시대가 요구하는 이런 특수사목 분야에 재정이나 전문 유급 인력 적
당한 건물의 지원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아픔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 글을 마치
면서 나의 사목일기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전국의 많은 은인들의 명단이 적히
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조옥진 신부(부산교구 가톨릭 심리상담연구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199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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