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로운 인간성 모색’을 주제로 열린 이번 제4차 아시아 가톨릭
철학자 국제학술대회는 과학기술이 가치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는 오늘의
아시아 현실에서 새로운 천년대의 바람직한 인간성에 대한 비전을 모색한 자리
였다.
아시아의 가톨릭 철학자들은 이번 대회에서 새 천년기의 아시아 문화와 종
교에 올바로 기여하고 특히 자연과학과 기술의 방향과 목표를 제대로 잡아주기
위해 요청되는 가톨릭 철학의 사명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글 중 몇 가지를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 21세기 새로운 인간성 모색(진교훈 서울대 교수)〓현대 사회는 모순의 표
징들로 가득하다. 예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오
히려 영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자연과학 기술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
대하지만 점점 소외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마디로 인간성 상실의 위기시
대에 살고 있다.
인간 모두가 파멸되는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철학을 되찾고 모든 사
람들이 더 인간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영원한 것 절대적인 진리 등을 추구하는
철학은 인간성의 기본요소이자 인간 영혼의 근간이다. 철학에 대한 사랑은 곧
하느님 절대진리 진리의 근원을 갈망하는 인간본성에 속한 것이다.
따라서 철학의 최고 임무는 종교에 봉사하며 종교로 나아가는 길을 준비하
는 것이다. 철학의 최고 단계는 세상 만물을 창조하고 모든 피조물을 질서 지워
준 절대적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 철학은 인간 영혼을 하느님께로 인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토마스 아퀴나스가 ‘우리 영혼이 하느님 안에 쉬기까지
편안하지 않다’고 말했듯이 ‘하느님을 갈망하는 존재’다.
▨ 종교간 대화를 위한 철학적 원칙들(안드레아 보나치 일본 상지대학 교수)
〓다양한 문화와 전통 안에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현대사회에서 종교
다원주의는 일반화돼 있다. 종교 다원주의는 다양한 신들을 인정하면서 종교를
서로 다른 색을 지닌 무지개처럼 이해한다.
물론 비그리스도인들도 창조물 역사 양심 등을 통해 하느님을 인식하고 깊
은 종교적 직관을 가질 수 있지만 이것은 ‘일반 계시’에 불과하다. 일반 계시
를 통해 인간은 신적 존재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하느님이 직접 당신을
계시하는 ‘특별 계시’에는 다다를 수 없다.
상대주의자들은 절대적 진리를 부인하고 체험을 신앙보다 우위에 두며 행동
을 강조하면서 정의를 신앙보다 앞세우지만 주관적이고 불확실한 인간체험이
신앙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또 정의가 진리를 판단하는 원칙이 될 수도 없다.
진리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이
다.
하느님의 말씀인 복음만이 진리를 평가하는 기준이고 그리스도인은 이 복음
진리에 귀기울여야 타종교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절대 진리이자 창조주인
하느님이 다양한 세계문화 안에서 역사하시는 분으로 인정하면 다양한 종교들
은 하느님의 구원역사 안에 들어있는 것이다.
▨ 하느님의 구원경륜과 인간의 환경 윤리(이마미치 토모노부 일본 동경대
교수)〓20세기가 이룩한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인간 삶에 엄청난 풍요로움
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는 아직도 기아 각종 사고와 전쟁 환경오염 등으
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가 윤리성을 상실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윤리 특히 정의·지혜·용기·절제의 사추덕
(四樞德)의 회복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이런 고전적 윤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전에는 윤리문제
가 사람과 사람과의 직접적인 관계에서 생겼지만 현대에는 직접 대면하지 않더
라도 불특정한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긴다. 예컨대 전화로 잠자는 사람
을 깨우는 것에서도 윤리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현대에는 눈에 보이는 사람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의 윤리
문제를 확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민족주의의 좁은 입장에서 벗어나 박애주의의
윤리를 세우고 나아가 환경오염 문제 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자연과의 관계
에서도 윤리를 확립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법과 제도를 통한 질서 확립을 넘
어서 하느님의 구원경륜이라는 우주적인 차원의 윤리 자연과의 관계에서 이루
어지는 환경윤리를 새롭게 정립하도록 요구하고 있다.【정리〓박주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