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가톨릭 중·고등학교 연합회(KYCS 지도 윤일선 신부) 셀(Cel
l·중고등학교 가톨릭 동아리)과 학교 레지오 청소년 및 청년 300여명이 15일부
터 4일간 제주도를 탐사했다.
지난 96년부터 여름방학이면 성지와 공소를 찾아 신앙심을 키우고 복지기관
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이들 학생들은 올해에는 선교 100
주년을 맞은 제주도를 찾아 제주에 뿌리내린 신앙의 얼과 역사의 숨결을 체험
하는 시간을 가졌다.
등 만들며 순교정신 묵상
○…15일 저녁 9시. 학생들은 모두 20개조로 나뉘어 정해진 숙소에서 여장을
푼 후 첫날 공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주제는 ‘등 만들기.’ 학생들은 왜 등
을 만드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왜 등 만들기를 하는지 아세요? 우리가 만들 등의 불빛을 그리스도의 빛
이라 여기면서 제주도 전역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는 거예요. 순교의 느낌과
생각을 종이에 적어 등에 붙여보도록 해요.”
담임 교사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등의 모양
을 정한 후 뼈대를 만들었다. 눈을 감고 묵상하며 자신들이 직접 순교자가 되어
마지막 순간의 마음을 글로 적어 등에 붙였다.
마침내 등이 완성돼 환한 빛을 밝히자 등에 붙인 한 학생의 글귀가 선명하
게 눈에 들어왔다. ‘순교자들처럼 희생하는 것이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렇게 작
은 일 하나 실천하고 사랑하면 언젠가 나 자신을 희생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제주의 경관과 풍물 배워
○…본격적인 탐사활동이 시작된 둘째 날. 제15조 학생들은 일출을 보기 위
해 새벽 4시에 성산일출봉을 오른 후 아름다운 해안절벽으로 유명한 섭지코지
(협지곶) 제주에서 최초로 혼인이 이뤄진 혼인지 성산읍 오조리에 떠있는 ‘라
파엘호’의 탐사에 나섰다. 섭지코지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4km
를 더 걸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잠도 못자고 피로에 지친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고생하면서 뭘 보러 갑니
까. 해수욕장에 가서 수영이나 해요”하는 불평이 터져 나왔지만 담임 허정은
(22·안나)씨가 겨우 달래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섭지코지와 혼인지를 탐사
할 수 있었다.
이밖에 각조들은 정난주 마리아의 묘가 있는 대정성지 신축교안 당시 순교
자들의 무덤인 황사평 최근 복원돼 성산읍 오조리 바다에 떠있는 라파엘호 등
을 찾아 신앙 선조들의 삶을 묵상하거나 용두암·삼성혈·감귤시험소·신영균
영화박물관·만장굴 등을 돌아다니며 제주도의 경관과 풍물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4·3항쟁 피해지역도 탐방
○…청년들로 구성된 제주 4·3팀은 중문본당 주임 문창우 신부와 인터뷰한
후 교회의 관점에서 이를 조명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큰 넓궤동굴 무등이왓
백할아버지한무덤 등 4·3항쟁 피해지역을 돌아봤다. 또 관덕정과 4·3 연구소
를 찾아 탐사와 자료조사활동을 실시했다.
신축교안팀은 대정성지·관덕정·황사평 등 신축교안과 관련있는 교회 유적
지를 탐사했으며 풍속팀은 주민들을 만나 민간 설화를 수집하고 답사활동을 펴
느라 바쁜 일정을 보냈다.
제주 4·3팀 최상미(엘리사벳)씨는 “이번 자료조사와 탐사를 통해 정방폭
포 천제연폭포 등이 단지 아름다운 곳이 아닌 아픔을 간직한 곳이라는 것을 배
웠고 역사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창렬 주교와 감사미사
○…탐사일정을 마치고 17일 오후 북제주군 조천읍 조천초등학교에 모여 서
로의 경험을 나눈 학생들은 인근 조천성당 마당에서 제주교구장 김창렬 주교
주례로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김 주교는 “여러분이 제주도와 의미있는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은 하느님이 맺어 주신 인연”이라며 하느님 앞에 겸손하고 의로
운 사람들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미사를 마친 학생들은 자정이 넘도록 성당 마당에 둘러 앉아 서로의 소중한
체험과 신앙을 나누느라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다. 멀리 바다 위로 오징어잡
이 배들의 불빛이 밤하늘을 비추고 있었다.【제주〓임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