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성모병원 11층 엔젤병동 무균실. 1년 6개월째 백혈병과 힘겨운 사투
를 벌이고 있는 서준영(10)군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지난 한해 동안 “치료만 잘 받으면 낫는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믿고
그 고통스런 치료기간을 견뎌냈건만 병이 갑자기 재발하는 바람에 2주전에 다
시 입원했다. 지난 학기에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힘들지 않아 이젠 병이 다 낫
다고 좋아했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재발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병실에 누워 6차례에 걸쳐 받은 항암치료는
모두 허사가 됐다. 준영이의 엄마 손선옥(32·모니카·서울 동대문본당)씨는 2
주전 한창 신나게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던 준영이에게 백혈구 수치가 올라갔기
때문에 다시 입원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흘렸다.
준영이는 며칠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시무룩하게 지내다 머리를 바짝 깎고
무균실에 들어왔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모두 빠져버린 머리카락이 어느새 보
기 좋게 자라 좋아했는데…. 머리를 깎는 동안 준영이도 울고 엄마 아빠도 울
었다.
준영이는 지금 ‘덱사’라는 복용 항암제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 식욕을 과
도하게 증진시키는 부작용 때문에 준영이는 하루종일 먹을 것을 찾는다. 하지만
병원에서 나오는 한정된 식사 외에는 절대로 먹을 수 없다. 삶아서 말린 멸균
새우깡 과자가 간식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준영이의 식욕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엄마! 밖에 나가서 몰래 과자 좀 사다 줘.”
준영이가 엄마 팔을 붙잡고 졸라 보지만 엄마는 고개를 젓는다. 금방 눈시울
을 붉힌 손씨는 “수술만 받으면 깨끗하게 나아서 퇴원할 수 있어. 그때는 준영
이가 먹고 싶은 것 다 사줄게. 조금만 참아”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남은 유일한 희망은 조혈모세포(골수) 이식수술. 꺼져 가는 어린 생명
을 구하겠다고 2만명이 나서 주면 그 중에 한 명은 틀림없이 준영이를 구할 수
있다. 그 ‘생명의 빛’을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손씨는 준영이에게
맞는 조혈모세포 공여자를 보내 달라고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하느님
께 매달리고 있다.
준영이의 팔은 벌써 주삿바늘 꽂을 데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독한 약 기운 때문에 혈관이 수축돼 주삿바늘 꽂기가 점점 어려운
상황이다. 주사기를 든 간호사 누나가 나타나면 인상을 구기다 못해 진저리를
친다.【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