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적성본당 현창순(48·베드로)씨도 이번 경기 동·북부를 휩쓴
폭우 피해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밭 7000여평이 모두 침수돼 피해액 추산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
그러나 현씨는 자신의 논밭 복구를 모두 뒷전으로 미뤘다. 자신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신자들 앞에서 ‘나’만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
“앞으로 살길을 생각하면 막막하지만 그래도 저는 집이 침수되지는 않았습
니다. 제 집이 침수되지 않은 것은 저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교우들을 도와주
라는 하느님의 섭리인 것 같습니다.”
현씨는 집중 호우가 발생한 지난달 말부터 직접 자신의 차를 몰고 신자 가
정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복구 작업을 지원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수염 깎을 시간조차 없어 수염이 텁수룩하게 자라나 있었다.
복구 작업이 본격화된 5일부터는 더 바빠졌다. 타 본당에서 찾아온 자원 봉
사자들을 수해 입은 신자 가정에 일일이 소개해 주고 각지에서 들어온 구호 물
품들도 전달해야 하기 때문. 일손 하나하나가 부족한 때 일일이 교우 가정을 돌
아다니며 그릇 등 가재 도구를 함께 씻어 주고 이불을 말려 주는 그의 도움은
신자 수재민들에겐 큰 도움이 됐다.
수해를 입은 신자 가정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구호 물자를 실은 트럭을
급히 몰고 떠나면서 남긴 현씨의 바람은 간단했다.
“이번 집중 호우로 많은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어 마음이 아픕
니다. 다시는 이런 인재가 없었으면 합니다.”【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