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부의 곁에는 하느님이 보내주신 일꾼 조승호(프란치스코)씨와 몽골인 아
모르 자르갈이 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이 신부를 따라 몽골 땅에 온 조 씨는 땅을 갈아 작물을
심는 농부로서 그리고 농장의 말뚝을 박고 통나무집을 짓는 건축가이자 전기기
사로 농장의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일을 하다보면 밥해먹기가 힘들고
몽골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벌써 12Kg이 빠졌지만 그는 농장에서 다른 몽골
인들과 함께 친구처럼 지내며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한 기초작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
농장운영의 회계를 맡고 있는 자르갈은 몽골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울란바
토르의 성당부지 마련을 비롯해 트랙터와 장비구입 등 모든 일이 잘 진척되도
록 이 신부를 돕고 있다.
신부님이 몽골인들을 위해 순수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
서 가족들에게도 신부님 얘기를 하고 있지만 잘 믿지 않는 것 같아요. 몽골인들
이 진리는 하나라는 것을 언젠가는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미사경본·교리 등 번역작업
그녀는 특히 가톨릭 미사 경본과 교리를 몽골어로 번역하며 신앙을 이해한
다. 아직은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이 신부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아침·저녁
으로는 주의기도를 드리고 있을 만큼 신앙이 나날이 커가고 있다.
농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저녁식사를 마친 시간이 9시. 그러나 여전히 해는
서쪽 하늘 위에서 밝게 비추고 있다. 고위도에 위치한 이곳은 여름이면 아침 4
시 30분께 해가 뜨고 10시가 다 되어서야 어두워진다.
해가 서쪽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고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시
간. 혁명기념일을 맞아 열리는 몽골 최대의 축제 나담 을 맞아 보너스를 받은
몽골인 직원가족들과 방문단과의 축하연이 열렸다.
농장 가족들은 이 신부를 신부님 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함께 간 신부들을 소
개하자 모두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다. 이 신부가 유창한 몽골말로 설명을 하
자 그제야 이해를 한 모양이다.
초원 한가운데 모닥불을 피우고 몽골인들은 춤을 춘다. 몽골인들이 부르는 우
리나라 민요풍의 노래 소리가 어둠 속으로 퍼져나간다. 까맣게 어두워진 초원을
덮은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바로 머리 위에 반짝이며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멀리 게르에서 깜박거리던 불빛이 사라지고 나면 모든 것이 어둠 속에 묻힌다.
몽골인들의 가슴속에는 13세기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징기스칸보다 1921년 구
소련과 손을 잡고 몽골 인민공화국을 건설한 수흐바토르 란 인물이 오히려 더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연상케 하는 수흐바타르 광장에는 수흐바타
르의 동상이 멀리 자이산에는 혁명기념비가 높이 솟아있으며 바로 옆 산에는
몽골 소련 만세 라는 문자가 돌로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70년 동안에 걸친 구 소련의 통치는 문맹퇴치나 도시건설 등을 이루었으나
몽골인들의 언어인 위구르어를 잃게 했고 종교 탄압정책으로 상당수 승려가 숙
청되기도 했다. 그러나 라마교는 생명력을 잃지 않고 유지되어 왔다.
그래서 몽골인의 94는 라마교 신자이고 나머지는 회교도에 속한다. 이 같은
역사적인 이유와 이준화 신부의 말처럼 신부와 수녀는 놀고먹는 사람으로 인식
되고 있기 때문에 몽골에서의 선교활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톨릭 선교활동 92년부터
울란바토르에 있는 간등사 라는 큰 사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길게 줄서 있고 기둥을 붙잡고 기원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리고 이준
화 신부가 운영하는 농장의 한 게르 안에서도 불상과 달라이라마의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몽골인들은 어려운 티베트 경전을 읽을 수도 없고 어려운
불교사상을 이해할 수도 없기 때문에 소원의 내용이 적힌 것을 작은 드럼통 같
은 것에 붙여 이를 돌림으로써 기도를 대신한다.
가톨릭의 선교활동은 지난 92년부터 시작됐다. 원죄 없으신 성모성심회
(CICM Congregation of the Immaculata Heart of Marry) 신부 3명과 수사 3
명 수녀 3명은 울란바토르 13구역에 6층 건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현재까지
80여명에게 세례를 주었다. 또 무료 영어교실을 운영하고 50명의 고아들을 돌
보고 있다.
인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사랑의 선교회도 3년 전 몽골에 진출했다. 현재 수
녀 4명이 시장에서 식료품을 사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어린이들을 위
한 쉼터를 마련하고 가난한 몽골인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96년 7월 진출한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대구관구)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60km떨어진 투브 아이막의 종모드
시(市)에서 국립유치원을 위탁 운영하고 2년 동안 120여명의 가난한 청소년들
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강 요세파 분원장 수녀는 공산주의 시절에는 유치원이 의무교육이었으나 현
재는 돈 없는 어린이들은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
다 고 밝혔다.
현재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대구관구)소속 수녀 5명은 울란바토르 3구역에
서 거쳐하며 가난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유아원을 운영하기 위해 울란바토르 서북쪽 바향흐셔 지역 성당부지 아래에 건
물 수리를 끝낸 상태다.
농장에서의 이튿날 오전 절대적으로 부족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맥
전문가 강진수(대전교구 응봉본당 주임·예수 성심 전교수도회)신부와 함께 농
장 한가운데로 가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줄기를 여러 곳 찾아냈다.
몽골에 물이 부족한 것은 연 강수량이 200-220mm에 불과한 이유도 있지만
지하수를 개발할 기술과 장비가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이제 이곳에서는 물을
힘껏 머금고 밀과 감자가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농장 통나무집 뒤편에서는 수확한 감자를 저장하기 위한 저온창고 공사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농장을 짓기 위해 북부지역에서 9m길이의 통나무가 트럭 3대
에 실려 들어오고 있었다. 이 신부는 그러나 창고를 짓는 일이 잘 진행된다는데
기뻐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10월 중순이면 강추위 닥쳐
이곳의 겨울은 10월 중순부터 시작해 영하 30-40도의 강추위가 몰아닥친다.
그래서 9월까지 수확을 완료해서 저장해야 한다. 그러나 저온창고를 짓고 나면
돈이 떨어져 당장 수확에 필요한 콤바인을 구입할 수 없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
다. 이 신부는 다 키운 밀과 감자를 밭에서 그냥 얼려 죽일지도 모른다며 안타
까워하고 있었다.
몽골 이 땅을 위해 인생을 걸었습니다. 새 사제가 되어 신학교에서 첫 미사
를 봉헌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신부가 되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사
랑 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꼭 해낼 겁니다. 사랑이 넘치는 세상
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 신부는 앞으로도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제분기로 밀가루를 만들어야 하고
울란바토르에 무료급식소와 사제관 성당 마지막으로는 병원을 지어야 한다.
전기기사 자격증에 대전교구 운산본당 주임시절 이미 농사를 지었던 경험을
갖고 있는 준비된 선교사 이준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