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은 우리 교회가 어려운 현실에서 농사일을 통해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
참하고 있는 농민들을 기억하는 농민주일이다. 우리 교회는 어려운 농촌을 살리
고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특히 생명농업(환경농업)을 통한 유기농산물을 중심으
로 도·농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농민주일을 맞아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
지정한 우리농 마을 1호인 고삼 환경농업 현장을 찾아가 본다. 편집자
경기도 안성 미리내성지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고삼면 가유리. 들녘을 파랗
게 수놓은 벼들 사이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제법 자란 벼들 사이를 청둥
오리들이 열심히 소리내며 헤엄치고 다니고 있다.
“이 논은 지난 4월19일 쌀겨를 넣고 땅을 고른 다음 이틀 뒤 물을 대고 5
월7일 규산질 비료 30포를 넣고…5월20일 모내기에 이어 6월1일 오리 80마리를
넣었는데 작년과 달리 올해는 오리가 다 살아있습니다.”
지난 8일 고삼 환경농업작목회 오리쌀 중간평가회에서 교육과 평가작업을
마친 작목반원들이 현장에서 농민의 얘기를 직접 듣는 시간. 가유리 환경작목반
장 이경천(49·안드레아)씨가 벼들이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자신의 논에서 열심
히 설명하고 있다.
4년째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이씨의 논에는 다른 오리농 논과 달리 중
간중간에 말뚝이 세워져 있다. 퇴비 등을 다르게 준 경계 표시다. 농촌진흥청에
서 시범농가로 정해 오리농 농사의 환경변화를 구체적으로 실험하기 위해 2주
마다 와서 검사해 간다.
고삼면 각 마을에는 이씨의 논처럼 논가에 철망을 쳐놓은 논들이 많다. 다른
지역 논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논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치지 않는 환경농업
작목반이 6개가 있고 이 작목반들로 환경작목회가 구성돼 있다. 농촌마다 일반
작목반들은 많지만 환경농업작목반은 드물다. 작목반은 보통 공동작업 공동구
매 공동판매 공동출하를 하고 기술정보도 공유한다.
환경작목반원들에게는 환경농업을 실천하는 규칙이 있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면 탈락된다. 화학비료도 사용할 수 없고 영농일지도 적는다.
가장 큰 어려움은 풀 뽑는 작업. 오리가 헤엄쳐 다니며 제초역할을 하나 한
계가 있다. 하지만 작목반원들의 품앗이로 풀 뽑는 작업이 한결 수월하다. 쌍지
리 환경작목반장 박장수(63)씨는 “토양을 살리며 작목반원들의 품앗이를 통해
농촌공동체의 옛모습이 살아나고 있어서 힘들지만 보람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오리농 논에 추가로 닭똥 퇴비를 주는 시기다. “늙은이가 이 더위
에 닭똥을 지고 가야하느냐”며 힘들어하는 70대 노인들을 위해 조금 젊은 사
람들이 도우며 힘을 덜어준다.
작목반원들은 매달 모임을 열어 환경농업 정책이나 농업정보 공동과제에 대
해 나누고 토론을 한다. 또 환경농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교육도 자주 받아야
한다. 고삼 환경농업 작목회와 고삼농협이 주관하는 이 교육도 환경농업 육성법
에 따라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아 실시한다. 철망이나 퇴비 살포기의 경우도 안
성시와 농협중앙회를 통해 일부 보조를 받아 공동으로 구입했다. 철망을 잘라
논가에 치는 일은 공동작업이다.
고삼 환경작목반은 모두 49 농가로 재배 면적은 10만평에 이른다. 이곳은 대
규모 환경농업을 가장 먼저 실천한 ‘우리농 마을’ 선포지역으로 일본 등 다
른 곳에서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작목반원들은 쇠똥 닭똥을 발효시키고 볏짚 쌀겨를 섞어 퇴비로 사용한다.
한우 작목반원들은 농약을 치지 않은 이 볏짚을 소 사료의 일부로 사용하고 호
밀 등을 심어 수입사료를 대신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일종의 순환농법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8월초가 되면 논에 있던 오리를 모두 빼낸다. 6월초 오리를 논에 넣을 때와
오리를 빼낸 뒤에는 도시 소비자들을 초대해 잔치를 연다. 작목회장 이범주(47)
씨는 “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민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와의 만남과 교류가 중
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오리 넣기 행사 때는 IMF 영향으로 살림이 어
렵다는 소비자의 입장을 생산자 측에서 받아들여 오리쌀 가격을 지난해와 같이
동결하고 합의서를 교환했다. 오리쌀 가격은 일반 쌀보다 30 정도 비싸지만
다른 무농약 쌀보다는 싼 편이다.
작목회 총무 안필봉(45·마태오)씨는 “소비자들이 찾아오면 건강하고 좋은
것을 먹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도록 풀 뽑는
일을 거들게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오리농 전체 농가의 토양검사를 실시했다. 단연 화학농법 논
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생태계가 살아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더 맛좋은 쌀
을 만들기 위해 질소 인산 칼리의 함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해야하는 것이
과제다.
봄철에는 나물 캐기 가을철에는 메뚜기 잡기와 밤줍기에도 소비자들을 초대
한다. 또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자연학습장도 만들었다. 그런
데 올 들어서는 웬일인지 자연학습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적어 이 문제도 해결
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환경농업을 실천하는 고삼 환경작목반은 이렇게 일반
농촌과 몇 가지 다른 특색이 있다. 밀려오는 수입농산물과의 경쟁력에서 이겨나
가기 위해 고품질 환경농업에 힘을 쏟고 있는 고삼 농민들은 힘들지만 그것을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있기에 신바람이 난다.
【이연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