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 이맘때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나는 프랑스 중부지방에 있는 작은
도시 오탱(Autun)을 방문한 적이 있다. 파리에서 기차를 여러 번 갈아타며 그
곳을 찾은 까닭은 뛰어난 교회미술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오탱의 한가운데에 중
세 때 건립된 고딕 양식의 성 라자로 성당이 있는데 그 곳에는 교회 조각품들
이 많이 소장되어 있었다. 또 성당 근처에 있는 롤랭 박물관(Mussee Rolin)에도
아름다운 교회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나절이면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
을 줄 알았으나 절반도 보지 못하였는데 박물관의 문은 닫히고 말았다. 할 수
없이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하고 여장을 풀었다.
마침 그날 밤 성당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그 음악회는 몇주전부터 정
기적으로 열리고 있었으며 그날은 젊은 성악가의 독창회로 꾸며졌다. 간간이 신
부님께서 성서를 읽어주셨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음악회가 진행되는 무대 한쪽
에 화가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었다. 화가는 노래에 맞추어 붓을 놀리며 추상적
인 그림을 그렸고 음악회가 끝날 때쯤 그림도 완성되어 성당의 한 벽면에 전시
되었다. 그곳에 모인 50여명의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면서 제각기 즐
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주인을 따라온 개들까지도 성당 바닥에 드러누워
음악을 감상하는 듯했다.
지난 6월16일 저녁 명동성당에서는 첫번째 수요콘서트 ‘음악이 있는 동
산’이 열렸다. 음악회도 아름다웠지만 정성을 모아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마음
은 더 아름다웠다. 5인조 밴드에 맞추어 유행가와 성가를 부르는 젊은이들의 모
습도 보기 좋았다. 어린이부터 중·고등부 학생들 청·장년과 노년에 이르기까
지 100여명의 관객들은 번잡한 도심 한가운데서 모처럼 손바닥이 벌겋게 되도
록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또 명동성당에서는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 직장인들
을 위한 ‘한낮의 음악회’가 열린다. 수요음악회와는 다른 분위기로 성당 안에
서 성악 파이프 오르간 연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향락과 죽음의 문화가 끝없이 확산되는 오늘날 우리나라 교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명동성당에서 정기적으로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것은 여간 반
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대의 고단한 사람들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공
간을 내어줄 수 있는 교회야말로 자신의 몸까지 내어주신 예수님의 모습을 닮
은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음악회 뿐만 아
니라 명동성당에 본당역사를 알리는 박물관도 만들고 신앙을 소재로 한 미술전
시회도 열면 좋겠다. 또 좋은 절기에는 성당 밖에 스크린을 설치하여 ‘미션’
이나 ‘벤허’ 같은 명화들도 감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문화를
소홀히 한 채 사람들을 교회로 모이게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홍보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