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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평화] 아! 더이상 갈 수 없는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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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0일 오후 2시45분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진부령 고개 정상. “고생하셨습니다. 종주를 축하합니다.” 배낭을 짊어진 등산 차림에 구릿빛 으로 얼굴을 그을린 한 남자가 20여명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갈 수 없는 북녘 땅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의 그늘이
담겨 있었다.
‘언제 통일이 될까. 통일에 대비해 사제로서 할 일은 무엇인가. 북한성당
재건을 위해 기금을 모으는 일에 힘을 모아보자.’ 백두대간을 도보 순례하는
동안 이 생각을 해온 그는 대전교구 도마동본당 주임 윤종관 신부.
올해 사제서품 25주년을 맞는 윤 신부는 은경축 기념으로 지난해 5월18일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해 1년20여일 만인 이날 백두대간의 남한쪽 끝인 진부령 에 도착했다. 사제로 백두대간을 종주한 것은 처음있는 일.
백두대간 종주는 보통 45일에서 60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본당 사목을 하는
사제가 두달씩이나 별도로 시간을 낼 수는 없다. 그는 본당 휴일인 월요일을 고 스란히 국토 순례에 봉헌 대림절과 사순절 기간 그리고 교구의 큰 행사나 대 축일이 있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44회나 순례 길에 나섰다.
“사실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이었어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여러 번이었고
위험한 순간도 많았어요. 산은 갈 때마다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앞서요. 하지 만 성서적으로 볼 때 산은 하느님의 현존을 나타내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 고독 의 ‘맛’은 느껴보지 않는 사람은 모릅니다.”
백두대간을 걷는 길은 윤 신부 자신의 사제생활과 닮은 점이 많았다. 힘들 어 포기하고 싶을 때의 마음은 사제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괜히
신부가 됐구나’하고 후회했던 시절도 떠올라 25년 사제생활을 반성하는 시간 이기도 했다. 165cm의 작은 키에 20Kg 무게의 배낭을 짊어지고 걷는 길은 철 저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전임 본당인 논산 부창동 주임 시절 등산가인 본당 신자의 영향으로 뒤늦게
등산에 취미를 붙인 윤 신부는 교과서에서 배운 산맥 개념과 다른 ‘백두대 간’에 대한 선조들의 자료를 수집 ‘우리 것’을 공부했다. 우리의 산맥을 글 로 정리한 ‘산경표(山經表)’를 보며 선조들의 산맥 개념이 인간적이고 과학적 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것에 놀란 윤 신부는 우리 땅의 중심 산맥인 백두대간 을 직접 밟아보고 싶었다.
윤 신부는 보통 주일 저녁 미사 후 10시께 사제관을 출발해 다음날 월요일
새벽 2∼3시부터 등산을 시작해 평균 14시간씩 걸은 뒤 오후 5시께 하산해 돌 아왔다. 논산 부창동본당에서 시작했던 이 순례는 올 2월 도마동본당으로 옮겨 서도 계속됐다. 도마동본당 신자들을 비롯해 논산 부창동 그 전임지 대동본당
신자들은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윤 신부를 격려하며 목적지까지 오고갈 때 교 통편을 제공하고 때론 동행했다.
등산길에 지도와 나침반은 필수지만 산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안개와 구름이 몰려와 한치 앞이 안 보이고 갑자기 낭떠러지가 나타나 는가 하면 길을 잃기도 했다. 나뭇가지에 매어놓은 ‘리본’을 발견할 때에는
앞서간 이들이 해놓은 이정표여서 너무 반가웠다.
안개구름 속에서 이름 모를 야생화 군락을 지날 때에는 하느님이 만드신 아 름다운 세상 한가운데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등뒤의 ‘무게’도 잠시 잊은
채 가던 길을 멈추기도 했다. 환경오염으로 훼손된 곳도 직접 목격했다. 산불
등을 우려해 산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곳도 있었다. 백두대간을 가는 길이라 고 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백두대간을 걷는 사람 치고 우리 산과 우리 땅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있 겠어요. 일제시대 때의 산맥 개념이 아직도 교과서에 그대로 실리고 있는 현실 도 문제고요.”
윤 신부는 특히 우리의 주체성을 찾는 길이 통일을 위한 의식화 작업의 하 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국가 기념일에는 미사 중 마침성가를 애국가나 기념가 를 부를 정도로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윤 신부에겐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신앙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민족분단의 현실에서 통일에 대비해
북한성당을 재건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는 일도 신자로서 게을리 할 수 없는 일 이다. 그래서 윤 신부는 통일이 될 때까지 백두대간 종주를 계속할 계획이다.
윤 신부의 뜻에 함께할 사람들은 직접 도보순례에 동참하거나 기금을 보내주면
된다. 문의:(042)527―3781.
백두대간을 종주한 윤 신부의 집념과 열정 속에는 벌써 북한성당 재건이 눈
앞에 와 있는 듯했다. 【진부령=이연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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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199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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