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OK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고객에게 봉사하겠다는 경영의지를 담은 어느 대기업의 짤막한
광고 문구가 최근 시청자들에게 호소력있게 파고들고 있다.
요즘 기업들은 고객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임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상품을 만들어 놓고 ‘사고 싶으면 사라’는
식의 경영 마인드는 이미 오래 전에 집어 던졌다. 요즘은 오히려 고객의 입맛을
먼저 알아 차려 그에 맞는 상품을 생산하고 온갖 흥미를 유발하는 다양한 서비
스까지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의 개념을 교회에 적용하면 교회는 신자(고객)들로부터 몇 점이
나 받을까?
“기업의 경영 마인드로 보면 교회에서 신자는 일종의 고객입니다. 사목자들
이 전해주는 성사와 강론 등은 일종의 상품이지요. 그런데 교회는 과연 신자들
의 욕구에 맞는 상품과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죄송
한 말씀이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교회의 점수는 그리 좋지 못합니다.”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에 종사하는 김 안드레아(42)씨의 말은 비록 교회와
성사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교회 및 성사를 사람들의 제조물로 볼 수 있는 위
험이 있긴 하지만 오늘날 교회의 서비스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니다. 그래서 교회내에도 신자 중심의 사목을 위해 경영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사목자들도 독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목 자세에서 벗어
나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대구효성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정일(사목신학)신부는 “사제들의 주먹구구식
또는 일방적인 상명하달식 사목은 이제 더 이상 신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
다”며 “사목자는 본당에 체계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하여 ‘복음’이라는 상품
을 신자 또는 비신자 고객에게 어떻게 잘 포장해서 전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대구대교구가 실시한 신자의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사제
에 대해 가지고 있는 비판적인 시각 중 ‘독단적인 사목활동’을 1순위로 꼽았
고 응답자의 33가 성직자에 대해 ‘권위적’이라는 반응을 보여 이를 뒷받침
한다.
경영의 눈으로 보면 성사와 강론 각종 신심활동과 선교 등은 모두 교회의
제품이기에 사목자는 신자들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신자에 대한 사목자의 무조건적 순응을 뜻하는 것은 아
니다.
인천교구 총대리 오경환 신부는 “사목도 일종의 서비스라는 차원에서 경영
기법의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교회내 서비스는 ‘복음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근본 목적에서부터 기업의 서비스 개념과 다르다”며 “신자가 원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복음정신을 거스르면서까지 그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교회내에 총체적 마케팅인 경영모델(감마모델)을 보급하고 있는 한국감마모
델연구소 김종숙 소장도 “신자들이 무조건 자신의 요구만 주장하거나 사목자
가 자신의 성향에 따라 독단적인 사목을 강요하기보다는 양자간의 대화와 의견
교환을 통한 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신자는 신자대로 사목자는 사목자
대로 서비스 정신에 입각한 활동을 전개하고 또 서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
한다.
‘복음화를 위한 사목 서비스 증진’이라는 잣대로 보면 본당의 모든 구성
원은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본당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주일미사 참례만 하는 신자들을
위해 본당에서는 신자들이 본당생활에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거리’를 찾아 제공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적지 않
은 본당에서 주일미사 후에 신자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친교를 나누도록 배려하
고 있는 것이나 사춘기의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을 위해 자녀 성교육 강좌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본보기들이다.
또 사목협의회나 반·구역 모임 같은 조직 외에도 신자들의 요청이나 의견
을 수렴하기 위한 창구들을 만들어 사목에 반영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지
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이 신자의식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사목계획 수립에 반영한 것이나 대구대교구 신천동·지산 본당 등이 사제가 상
주하는 별도의 상담실 집무실을 만들어 신자와 대화하는 공간을 두고 있는 것
도 이같은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무장과 같은 본당 직원이나 신자들을 대표하는 사목위원들도 철저한 서비
스 정신으로 신자들을 대하는 것은 물론 신자 개개인도 자신이 ‘교회의 주
인’이라는 의식으로 다른 고객들 특히 예비고객(예비신자 비신자)들에게 친절
과 봉사의 모범을 보이는 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거리선교 때 친절한 몸짓
과 말투 차 한잔 권하는 따뜻한 마음이 비신자에게 더 큰 호감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다.
이밖에도 본당은 대내적으로 주일학교 청년회 장년회 등 각 연령층이 호응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분위기를 개발하는 데 노력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지
역사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섬김의 공동체’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인
식도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대교구 잠원동본당이 지역사회를 위한 서비
스 차원에서 마련한 ‘가정의료사목’은 교회의 봉사정신을 드러내는 적절한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