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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기둥 뒤에 앉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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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의 한 극장에서는 연극 ‘어머니’가 공연되었다. 연극을 보기
위해서 아니 나의 어머니는 어떤 삶을 사셨는지 연극을 통해서나마 더듬어보기
위해서 직원들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극장의 좁은 마당에는 어머니를 소재로
한 시화전도 마련되어 있어 둘러보았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
시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우리 삶의 영원한 은인이신 어머니에 대해서 생각
하게 되었다.

막이 오르자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어머니와 가족들이 등장했다. 일제시
대와 6·25전쟁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6·25 전쟁 때 굶주림에 시달리
다가 죽어 가는 아들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차마 바라볼 수 없
을 정도로 처절하였다. 무대 위에 흘러 넘치는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을 지켜보
면서 나는 몇 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우리 본당 출신의 새 신부 한 분이 탄생하여 공동체는 기쁨에 들떠있었다.
새 사제께서는 발령난 본당으로 떠나기 전까지 우리 본당에 머물면서 미사를
집전 하였다. 그런데 새 신부의 어머니는 아들 신부가 집전하는 모든 미사에 빠
지지 않고 참례하셨는데 언제나 기둥 뒤에 자리를 잡으셨다. 또한 미사가 끝나
자마자 아들 신부가 볼세라 일찍 사라지셨다. 어느 날 나는 그분께 다가가서
“앞자리에 앉으시면 아들 신부를 가까이 볼 수 있을 텐데 왜 기둥 뒤에 앉으
시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앞자리에 앉고 싶지만 제단 위에 있는 아들신부에게 분심이 들
게 할 것 같아서요. 저는 기둥 뒤에 앉아서 미사를 봉헌하지만 기둥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목소리만 들어도 아들을 보는 것과 같답니다. 저는 눈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요.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는 신부
가 바로 제 아들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때도 있어요. 이제 하느님 대전에
봉헌하였으니 저의 아들만은 아니겠지요.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는 사제가
되어 한평생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라며 집으로 향하셨다.

총총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모든 성직자들
과 수도자들의 부모님을 보는 듯하였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가장 많이 닮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녀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이리라. 그러나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그 사랑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다가 그분들이 세상을 떠
나신 후에야 사랑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연극
구경을 한 그 날밤 나는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전화선을 통
해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고우면서도 아름다웠다.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홍보담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199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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