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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서소문 순교자 현양탑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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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6일 서울 서소문 밖 네거리 서린공원에서는 순교자 현양탑 축복식이 있었다. 전에도 이곳에 순교자들을 기리는 현양탑이 있었는데 공원을 새롭게 꾸미면서 해체되었다가 서울대교구와 순교자현양회 가톨릭 실업인회의 정성으로 1997년 4월부터 새로운 현양탑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2년여에 걸려 완성되었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 1871년 병인박해 때까지 70여년 동안 수많은 교우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이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순교하였다. 그분들 가운데 이름이 확인된 분은 모두 98명이고 그 중 44명이 성인품에 올랐다.

조광호 신부가 화강암으로 제작한 순교자 현양탑은 형구(刑具)인 칼(죽음을 상징)을 형상화해 주탑과 좌우 대칭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탑에는 14명의 순교자들이 청동 부조로 조작되었고 그 밑에는 ‘복되어라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마태 5 6)이란 구절을 새긴 원형 동판이 걸렸다. 좌우탑에는 이곳에서 순교한 성인과 이름이 확인된 순교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각 탑에는 7개의 황금색 선(칠성사를 상징)이 음각되어 있다. 탑 아래에는 원형 분수대가 설치됐고 이곳에서 솟아오른 물(영원한 생명을 상징)은 투명 판유리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물 속에는 수천 개의 조약돌(무명 순교자를 상징)이 잠겨있고 탑 뒤에는 라자로의 모습과 성서 말씀 ‘부활이요 생명’(요한 11 25∼26)이 음각되었다.

축복식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나는 며칠 전에 찾았던 여의도광장을 생각했다. 1984년에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대회 및 103위 시성식’이 거행되었던 광장은 이제 여의도공원으로 바뀌어 그때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곳에는 자연생태의 숲 문화마당 잔디마당 한국전통의 숲이 조성되었고 세종대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시성식의 제단이 있던 곳도 모두 숲으로 변했다. 그곳에서 시성식이 거행되어 103위 성인이 탄생했다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루빨리 ‘103위 성인동상(가칭)’과 교회 조각품을 설치하여 신앙 선조들의 용맹한 삶을 널리 알리는 장소로 삼았으면 한다.

머지않아 여의도에서도 서소문 순교자 현양탑의 축복식과 같은 행사가 마련되기를 꿈꾸어 본다.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홍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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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199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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