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는 오는 6월6일 개막되는 교구 대의원회의를 준비하면서 97년 11월
부터 지난해말까지 교구청과 교구 기관·단체·본당 각 사목영역의 조직구조와
운영현황 등에 대한 대대적인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교구 전체 조직을 통합·조정할 기획력 부족 ▲사회사목 영역에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종합적인 대응력 미흡 ▲전문 분야별 위원회 활동
이 미약하고 전문사제 양성 및 전문가 참여 필요 ▲21세기를 대비한 정보화 기
능 미흡 ▲평신도의 체계적 양성 및 사목활동 지원을 위한 연구기능 미흡.
교구 대의원회의 기술자문을 맡고 있는 인천개발연구원 최정철(요한·경영
학 박사) 연구위원이 교구청 조직을 컨설팅한 보고서에서 문제점으로 제시한
내용들이다.
이밖에 교구의 지구 편제는 기초자치단체의 관할 구역을 고려하지 않아 교
회가 지역사회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표본본당의 진단 결과에 따르면 사제 및 사목회와 신자간 의사전
달체계 미비 본당 재정운영 부실 지도자 양성교육 부족 지역사회 복지활동이
시혜 차원에 그치고 있는 것 등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인천교구의 교구
및 본당 진단 결과는 비단 특정 교구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른 교구의
쇄신에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어느 교구든 본당이든 교회운영의 효과 면에서 저효율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실정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문제
다. 교회의 조직과 제도 등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복음화’를 극대화하려면 교회내에 체질화돼 있는 비능률 요소
를 제거하고 사목 역량을 중점 사목 분야에 집중 투입하는 방향으로 사목전략
을 수립하고 조직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하루가 다
르게 변모하고 발전해 가는 오늘날의 변화구도에 비춰볼 때 2000년대의 사목환
경은 지금과는 매우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교구가 교구의 조직과 운영 현
황을 진단 개편을 추진하는 것도 변화된 사회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 교회운영도 변해야 한다
이미 15년 전에 나온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에는 ‘교회운영’
에 대한 내용이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
“교회내의 여러 행정단위가 그 독자성을 견지하면서 교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서로 융합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의안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효율적인 조직과 관리기능이 요청된다. 권한과 책임이 상하 계층간에
고루 배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신자수가 격증하고 그 신자들의 요망이 다양해지므로 교회운영에 전문
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업무를 분석·평가하는 각종 위원회를 설치 활용하고 많
은 평신도를 직·간접적으로 교회사업의 핵심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셋째 교회 예산은 가장 명백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교회내에서 일하는 평
신도들이 성의를 다해 일할 수 있도록 인사관리 규정과 보수 규정의 제정이 필
요하다.
넷째 새로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교회 사업의 기본적인 목표
를 수립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기획을 세워야 하며 이 기획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안은 이밖에도 교구의 현행 기구들은 사목활동을 재검토하고 교구 운영에
필요한 여러 규정을 제정하거나 재정비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 교회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200주년 의안이 나온 지 15년이 흘렀다. 오늘날 교회 현실은 과거보다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 변화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
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 한 예로 교구청에서 오래 근무한 모 신부는 “현재 우리 교회의 최대 과
제인 ‘재복음화’(신자 재교육)와 사회사목에 필요한 인력과 조직은 태부족이
지만 왜 존재하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군더더기 행정기구나 위원회도 많다”고
지적했다.
교회의 사목활동이 증가하는 만큼 업무도 전문화 다양화를 요구하는 추세이
지만 현재와 같은 교회조직으로서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모본당 ㅈ신부는 “아직도 일부 신부들에게는 과거 업무량이 적어 단순 보
조 역할만 하던 때를 생각하며 개인 필요에 따라 일정한 체계 없이 직원을 뽑
는 풍토가 남아있다. 또 교회 종사자 중에는 타성에 젖어 일은 제대로 하지 않
고 신부 눈치만 보면서 ‘시간 때우기’식 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지
적했다. 또 교구청 각 부서나 특수사목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제들도 전문성이
갖춰지기 전에 본당이나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일이 많아 업무의 지속성을 살
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이렇게 전문성에 둔감하다시피 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교
회에서 전문성·효율성에 대한 의식이 희박한 것은 교회 종사자를 채용하고 양
성하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교회운영의 전문성을 높이는 현실적 방안으로 무엇보다 먼저 평신도 전문가
를 양성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회기관 종사자들을 신학적 토
대 위에서 전문분야별로 육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과 사목연구기관을
개발해야 한다. 또 사제들에게 일반대학 학위과정 이수를 장려하는 등 전문사제
를 분야별로 육성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
그동안 교회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한 예로 대전교구는 교구 쇄신작업의 하나로 지난 1월 기존의 교육국과
사회복지국을 폐지하는 대신 청소년사목 및 사회복지사목 전담사제를 도입하는
대대적인 교구청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분야별 전담사제 제도는 청소년 사회
복지 병원 교정 가정 직장 6개 분야에 전담사제를 임명해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사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대전교구는 또 평신도 선교사 양성을
위한 교리신학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대교구가 지난해에 지구장 중심 체제로 전환 지구장 신부에게
지구운영에 관한 권한을 대폭 이양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대교구는 또 지
난해 11월 민족화해위원회와 통일사목위원회를 통합한데 이어 올해 가톨릭사회
복지회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통합을 추진하는 등 사회사목 분야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대교구는 올해 안에 교구청 조직개편을 단
행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밖에 인천교구는 교구 대의원회의 활동의 하나로 현행 교구청 조직구조를
개편하고 교구 규정체계를 재정비하는 등 교구 및 본당운영의 전반적인 문제점
을 쇄신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들은 2000년대를 앞두고 교회를 쇄신한다는 차원
에서 앞으로 더욱 확대되고 다양하게 시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런 노
력들이 좀더 계획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지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
다.【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