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른 신심과 영성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
지만 어떻게 하면 신심과 영성을 키울 수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합니다.”
“깊이 있는 영성생활을 하고 싶지만 뭐가 뭔지 몰라 힘이 듭니다. 그래서
각종 기도회와 신심단체에 가입해 활동해보지만 어떤 때는 ‘내가 너무 기복적
으로 흐르지는 않나’ 싶어 두렵기도 합니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신심과 영성생활의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수
십년간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신자들은 영성생활과 신심이 무엇인지 또 올바른
영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조차 가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가톨릭신앙생활연구소가 발표한 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신자들의 기복신앙’과 ‘쉬는 신
자 증가’가 각각 23.2 22.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냉담이유에 대해
서는 응답자의 23.2가 ‘믿음의 부족 미성숙한 신앙’을 꼽아 이를 뒷받침하
고 있다.
신자들이 그리스도교적 영성과 신심생활에 이토록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신학자들은 첫째 한국인의 심성에 깔린 종교적 열성과 교묘하게 결합된 무
속적 요소와 기복신앙이 그리스도교적 영성의 발달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대구효성가톨릭대 신학대학 전광진 신부는 “오랫동안 무속과 민간신앙의
전통 안에서 살아온 한국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복신앙에 젖어있다”
며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종교적 열성이 결합돼 그리스도인이 된 후에도 기
복신앙은 여전히 살아남아 참다운 그리스도교적 영성발달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현재 한국교회에는 신자들의 영성생활을 올바르게 인도하기
위해 다양한 신심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으나 본당 사목자의 취향과 관심에 따라
어느 특정 신심단체만이 강조돼 신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데 있다.
40대 중반의 김 데레사씨는 “전임 주임 신부님은 성모신심이 뛰어나 전신
자가 레지오에 가입하도록 강요할 정도였지만 현 주임 신부님은 성령쇄신만 강
조하시는 바람에 많은 레지오가 활기를 잃고 있다”며 “신심과 영성에 급수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대구효성가톨릭대 영성신학 교수인 정대식 신부는 “다양한 신심
은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거기에는 어떤 우위나 차별이
있을 수 없다”며 “신자들이 다양한 신심을 접하면서도 그 중에 자신에게 맞
는 신심을 선택해 하느님 안에서 올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목적 배
려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선 사목자들은 본당 신부 혼자서 수많은 신심단체와 신자들의 영성을
세심하게 지도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 사목자들조차도 수많은 신심을 다 알
지 못해 심도 깊은 영성지도를 할 수 없음을 신자들의 신심과 영성을 성숙시키
지 못하는 이유로 꼽았다.
부산교구 태종대본당 주임 박혁 신부는 “본당 신부 한 명이 모든 신심단체
에 깊이 있는 영적지도를 하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다양한 신심과 영성을
심도 깊게 지도한다는 것도 무리”라며 “사목자들은 신자들이 자생적으로 신
심생활을 해나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학자들은 일차적으로 신자들의 영적성숙을 도모하기 위해 신심과
영성문제를 전담하는 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대식 신부는 “한국에 소개된 수많은 신심과 영성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영성을 계발하고 또 잘못된 신심을 바로
잡아주는 문제가 시급한데도 불구하고 교회내에 영성과 신심을 관장하는 기구
조차 하나 없다”며 교구나 주교회의 차원에서 신심과 영성을 연구하고 관장하
는 기구의 설립을 촉구했다.
또 일선 사목자들은 신자들의 신심과 영성 성숙을 위해 각종 강의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제들을 위한 영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교회는 영성교육과 강의를 할 수 있는 영성전문가를 양성
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박주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