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실밥을 뜯고 다림질을 했다. 밥먹듯이 철야작업도 했다. 고단하기
만 하다.
서울 구로 노동문제상담소 김주철(45·스테파노)소장의 ‘노동’과의 첫 만
남이 그러했다. 노동자들의 고귀한 땀과 꿈이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부당해고
등으로 무참히 깨지곤 했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제대로 권리를 보호받지 못
했다.
김 소장이 12년째 힘없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찾아주기 위한 노동문제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 소장은 그동안 어떤 노동자라도 산업현장에서 겪은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면 그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각종 법률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무료로 자
문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특히 다른 상담소가 전국 규모의 굵
직한 현안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그는 현장에서 부딪히는 노동자들의 사소한
불이익을 상담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 소장이 창동 노동문제상담소를 시작으로 명동과 구로 공단 지역에서 활
동하며 이처럼 노동문제에 남달리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이 한때 현
장 노동자로서 누구 못지 않은 열악함과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17살부터 신발·봉제공장 등 중소업체를 전전하며 ‘기름밥’을 먹었
다. 노동운동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22살 때인 75년에는 내의공장에서 노동조
합을 만들었다. 단지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서였다. 신 군부가 들어
서면서 ‘요주의’ 인물로 찍혀 해고를 당하고 소위 ‘삼청교육대’에도 다녀
왔다. 결국 그는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87년부터 노동
문제 전문상담가로 일하게 됐다.
물론 모든 문의에 다 해결책을 주진 못한다. 그를 찾아 온 노동자들은 하나
같이 힘없고 약하기만 했다.
“아직도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몰라서 또는 소송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피
해를 보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일 걸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워요.”
실망스럽기도 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무조건
의지하려고만 했다. ‘왜 이런 노동자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들
었다. 하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풀어줘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소외계층인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나가며
어둠에 갇힌 노동자들에게 한 줄기 빛을 던져주고 있다.【서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