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00년기를 앞둔 한국 교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당연히 ‘선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에서 “오늘날 교회가 세
계 곳곳에 퍼져 있지만 실상 복음선교는 끝난 것이 아니며 아직도 ‘시작단
계’ 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의 복음선교는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신자들은 선교사명에 대한 확고
한 의식이나 신념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선교의 올바른 의미’와 ‘선교 방
법론’ ‘선교 신학’의 정립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최근 들어 선교열기가 많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은 신자들은 ‘선
교’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열심히 모범적으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소극적이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신자들의 소극적
인 선교의식은 초창기 한국교회의 박해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0년간의 모
진 박해로 인해 신자들은 적극적인 선교는커녕 자신이 신자임을 밝히는 데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영향이 최근까지 신자들의 생활 속에 은연중 자
리잡아 온 것이다.
한국 교회의 교세는 70∼80년대에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사회정의와 민주화
에 앞장섬으로써 교회는 특히 젊은 층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큰 호감을 샀고 이
는 간접적인 선교효과를 거두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
80년대 말부터 도시화의 결과로 본당대형화 현상이 불거지면서 신자들의 익
명화를 초래했고 결국 신자 개개인이 사목자의 효과적인 신앙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켰다. 이는 신자들의 개인주의적인 신앙생활과 맞물려 자연
스레 선교활동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90년대 중반 교회 안에서는 선교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일기 시
작했다. 특히 지난해 아시아 주교시노드에서 ‘아시아의 선교’가 부각됐고 정
진석 대주교가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하면서 신자율 18 달성을 목표로 선교를
독려함에 따라 선교열이 급격히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많은 본당들이 ‘새 가족 찾기 운동’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
원 ‘남다른’ 선교운동을 전개해오고 있으며 90년대 초반에 시작된 거리선교
도 이제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한 본당에서 100명 단위의 세례자를 배출하는
장면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선교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무
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과열 현상으로까지 보이는 이러한 선교열기를 두고 일부에서는 우려
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양적인 면에 치중하지 않느냐는 ‘신중론’과
한명의 신자라도 제대로 된 신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정예화론’이 바로 그것
이다. 사실 선교운동이 신자수 늘리기에만 초점이 맞춰질 때 신자재교육 부재와
이에 따른 자질저하 맹목적인 선교활동에서 오는 거부감 등 수많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선교는 직접적인 선교활동과 생활의 증거를 통한 ‘복음적 삶’이 병행돼야
한다고 사목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선교는 단지 비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세
례를 받도록 하는 일뿐 아니라 문화의 복음화와 신앙인들의 재복음화를 두루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2000년대 한국 교회의 화두로 등장한 선교가 올바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적합한 선교전략과 구체적인 방법
론을 개발하는 한편 한국인의 종교 심성을 충분히 분석하고 이를 응용한 교리
교육 방법론을 마련하고 평신도 교리교육 지도자를 집중 양성해 연령별 학력
별 직종별로 다양한 각도에서 선교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 그동안 ‘사목’의 이름으로 이뤄지던 노동 빈민 장애인 등을 위한 활
동도 ‘선교’를 정점으로 한 새로운 틀이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전국 또는 교
구 차원에서 선교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분석하고 합리적인 선교대책을 세우
기 위한 가칭 ‘선교연구소’의 설치도 시급하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