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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인물]만일 내가 아담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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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왜 선악과나무 열매를 먹지 말라고 했는지 아니?” “그 열매를 먹으면 우리가 죽는대.” “아냐 바보야. 그건 거짓말이야. 그 열매를 먹으면 너희 눈이 밝아져 하느 님처럼 되는 거야. 그래서 먹지 못하게 하는 거라구….”
하와는 뱀과 이야기하면서 그 열매를 힐끗 쳐다보았다. 정말 맛있고 탐스러 워 보였다. 결국 하와는 열매를 따먹었다. 남편 아담에게도 따서 먹게 했다. 그 래서 그들은 실제로 눈이 환하게 밝아졌다. “어머 우리가 옷을 벗고 있네. 아 이 부끄러워.”
무화과 나뭇잎을 따서 앞을 가렸다. 저녁때 하느님이 산책하는 소리가 들렸 다. 둘은 하느님이 무서워 나무 뒤로 숨었다.
“인간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이 물음들은 철학적인 물음이 아니다. 인간의 본질에 관한 문제다. 성서로부 터 이 문제의 해답을 찾을 때 우리의 삶은 겸손해지고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 이다. 인간의 첫 번째 타락을 통해 인간이 누구인지 잘 나타나고 있다. 마치 인 간의 본성이 행복할 때보다 불행할 때 더 잘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보통 성서를 읽을 때 하느님의 관점에서 볼 때가 많다. 그러나 성서 는 하느님과 인간의 공동 이야기다. 나약하고 죄 많은 인간의 관점에서 성서를
이해하면 성서를 훨씬 가깝게 느낄 것이다. 성서 말씀의 행간(行間)을 상상해보 고 인간의 눈으로 성서를 대하는 일은 흥미있다. 물론 성서의 기본적인 메시지 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다.
선악과나무 사건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은 비참하고 나약한 존재다. 인간 은 근본적으로 죄인이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한계를 지닌 피조물이다. 이런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 아닐까? 이 사건은 과거의 사건만이
아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다.
여담같지만 만약 뱀의 유혹을 남자가 받았다면 어떠했을까? 결과는 똑같았 을 것이다. 인간의 차원에서 남자나 여자 모두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혹하는 방법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요즘 같으면 남자를 돈이나 여자 명예 나 정력 등을 미끼로 유혹할 것이다. 여자는 화려한 옷이나 보석 날씬한 몸매
예쁜 얼굴에 대한 욕망을 이용할 거란 생각은 너무 지나친 것일까?
창세기의 죄를 범하는 장면은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된다. 그러나 인간 이 뱀의 유혹에 쉽게 넘어갔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와는 분명히 처음에 펄 쩍 뛰었다. “에이 아니야. 선악과 열매를 먹으면 분명히 죽을 거야. 난 절대
안 먹어…. 그래도…정말 먹고 싶다….”
때로 악의 유혹은 고래 힘줄보다 질기고 솜사탕보다도 달콤할 때가 많다.
“정말 저 열매를 먹으면 하느님처럼 될까 꼭 한번 먹어볼까. 에이 뭐 괜찮겠 지.” 하와는 선택의 기로에서 많은 생각과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녀는 상식보 다 모험을 선택했다. 열매를 따온 하와를 보고 아담도 소리쳤을 것이다. “당신
미쳤어. 죽으려고 환장한 거야….” “여보 나를 봐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느 님이 새빨간 거짓말을 한 거예요. 정말 당신을 위해 따온 열매 안 먹을 거예 요?” 하와는 하느님까지도 부정하고 어느새 아담에게도 타락을 강요하고 있 다. 그 뻔뻔함과 대담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 란 말인가.
이젠 아담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는 하느님보다 여자를 선택했다. 맨 첫 자리에 계셔야 할 하느님이 인간의 욕망으로 저 뒷전으로 물러났다.
만일 내가 아담이라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느님 왜 저를 이렇게 만드셨 어요. 저 끝간 데 없는 욕망은 무엇이고 시시각각 고개를 쳐드는 욕심들은 도 대체 무엇입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죄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저는 정말
힘이 없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것밖에 되지 않습니까?”
선악과나무는 하느님 앞에서 살아가는 인간다움의 최소한의 법이고 질서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는 그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악의 유혹을 이기려고 발버둥 이쳤지만 결국 추락하는 불쌍한 아담과 하와 다름 아닌 지금 ‘나’와 ‘너’ 의 모습이다.
지난주 동안 내 앞에 놓여졌던 선악과 열매와 뱀의 유혹은 무엇이었나?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199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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