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려야겠다는 효심은 생명의 위험조차 두려워 하지 않게 만
들었다.
급성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이식수
술하고 대학 입학금마저 병원비로 사용한 오강민(19·미카엘·인천 계산동본당)군.
강민이는 올 대학입시 수능에서 전국 상위 1내에 드는 우수한 성적으로 고려대
인문학부에 합격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대학에 입학해 외교관의 꿈을 키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민이는 친척들이 어렵게 모아 준 대학 등록금 260만원도 아버지 병원
비로 내는 바람에 대학합격이 취소됐다. 실내포장마차를 하며 맏아들의 대학 입학
식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어머니 사정화(41·마리아 막달레나)씨는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등록금을 내라고 등을 떼밀었지만 강민이는 미련없이 등록을 포
기했다. 등록금으로 병원비를 내던 날 쓸모없게 된 대학 합격증을 식구들 몰래 꺼
내보며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가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마음은
뿌듯했다.
그렇게 건강했던 아버지 오수영(45·요한)씨는 지난 2월초 갑자기 ‘급성 간경
화’로 쓰러져 ‘사형선고’를 받았다. 3년간 운영하던 작은 공업용 테이프 대리
점의 부도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간 직후였다.
아버지의 병세는 더욱 위급해져 당장 간 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두 달을 넘기
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의사들은 한결같이 소생 가능성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다른 가족들이 아버지의 소생을 체념한 채 병자성사를 받게 하고 시신기증 서약까
지 하는 와중에도 강민이는 성당을 찾아 간절히 기도를 드리며 아버지를 살릴 한
가닥 희망이라도 찾으려고 발버둥이쳤다. 함께 병원을 찾아다니던 대부 우경동(4
1·안토니오)씨도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강
민이의 모습은 차라리 처연했다”고 말했다.
강민이는 10여군데의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지난 3월 중순께 간이식수술 분야
에서 국내 최고라는 서울 중앙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뜻밖에 아버지를 살릴 방법
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생체부분 간이식’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아
버지에게 이식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이 하느님의 선
물처럼 느껴진 강민이는 선뜻 “제 간을 이식해 주세요”라고 의료진에게 매달렸
다.
아버지의 자식사랑도 각별했다. 수술 직전 자신에게 간을 이식해 줄 사람이
‘오강민’이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아버지는 “차라리 이대로 죽겠다”며 울부
짖었다. 지난해 사업이 부도나면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입시준비를
하는 강민이가 걱정할까봐 자식들 앞에서는 단 한번도 내색을 하지 않던 아버지였
다.
문제는 1억여원에 달하는 수술비.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살던 집까지 경매로 넘
어간 처지여서 이 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이었다. 친척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수술 보증금만을 마련해 지난 3월13일에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20여시간에 걸친
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아버지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강민이는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물었다. “아버지는 어때요?”
다행히 수술결과가 좋아 아버지는 요즘 빠른 속도로 건강이 호전되고 있다. 3
주 뒤 퇴원할 때쯤이면 예전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
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말썽꾸러기인 저를 이처럼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제적으로 순탄하지 못했던 우리 가정…. 그 와중에도 저를 믿고 이해하
며 자상하게 사랑을 보여주신 아버지께 존경심을 느껴요.”
강민이는 큰 수술을 받은 환자답지 않게 밝은 웃음을 지었다. 오히려 “중환자
실에 누워 제 걱정을 하고 있을 아버지의 얼굴에 웃음을 되찾게 해드리겠다”며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했다.
명심보감에도 자신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 국을 끓여 봉양해 병든 아버지를 낫
게 했다는 효행이 전해오지만 강민이의 효심은 모시기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친부
모를 내버리는 요즘에 찾아보기 힘들만큼 지극했다.
“정말 보기 드문 효자지요.” 본당이나 이웃에서도 강민이에 대해 칭찬이 자
자하다는 대부 우경동씨는 “강민이의 효심과 희망적인 성격 병마와 싸우면서도
묵주와 성서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가족들의 신앙이 아버지를 살려냈다”며 “강
민이의 지극한 효심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질 뿐”이라고 말했다.
도움주실 분:기업은행 388―009072―03―010 예금주 오강민. 【서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