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 강원도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해 온 춘천교구는 지난 60년의
세월동안 외세와 전쟁 가난의 굴레 속에서도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
의 헌신과 열정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교구의 중심인 춘천지역 선교는 돈독한 신심과 열정을 지닌 한 청년에
의해 자생적으로 전개됐다. 이 지역 전교의 대부 로 알려진 고 엄주언(마르티노
1872∼1955)씨는 죽림동성당 창설을 비롯해 춘천지역 선교에 앞장섰던 모범적
인 신앙인이었다. 1891년 영세 후 교구 설립에 초석을 다졌다할 만큼 많은 활동
을 해온 그는 곰실(춘성군 신동면 고은리)에 정착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전교에
주력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입교시켰다.
이후 강원도 지역은 1938년 교황청으로부터 강원도 지역 사목을 위임받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사제들이 포교사업을 전담했고 이듬해인 1939년 4월25일
이 지역이 춘천지목구로 설정됨으로써 춘천교구가 출발했다. 초대교구장은 골롬
반 외방선교회의 퀸란(한국명 구인란) 신부. 퀸란 교구장은 교구의 기반을 다지
는데 전력을 다했지만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교회에까지 탄압을 가해오
면서 교구장을 비롯해 골롬반 선교회 소속 신부들이 전원 감금됐다. 이 때문에
1942부터 3년간 서울교구의 노기남 주교가 춘천교구장을 겸임하기도 했다.
해방이 되면서 춘천교구는 퀸란 신부가 다시 교구장으로 복귀하면서 골롬반
선교회 소속 신부들의 사목활동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러나 1950년 6·25
전쟁으로 퀸란 교구장이 공산군에게 감금돼 춘천교구는 고난을 겪어야만 했다.
이후 3년만에 석방된 퀸란 교구장은 본국인 아일랜드로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
와 주한 교황사절 서리직을 겸하면서 사목에 박차를 가했다.
1955년 춘천교구가 대목구로 승격되면서 퀸란 교구장은 그해 12월 명동대성
당에서 주교로 성성됐다. 또 1962년에는 한국 가톨릭 교계제도 설정에 따라 춘
천이 정식교구가 되면서 퀸란 주교의 착좌식이 죽림동 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됐
다. 이어 1966년 퀸란 주교가 건강 악화로 은퇴하자 제2대 교구장으로 박 토마
주교가 부임했다. 당시 춘천교구는 본당 18개 공소 130개 신자 3만3592명이었
다.
박 주교는 1968년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9명의 신부로 구성된
사제평의회를 만들어 교구장 자문에 응하도록 했으며 1970년을 전후해 레지오
마리애 전교회 등 평신도단체를 활성화시켰다. 또 1973년에는 행복한 가정 운
동의 기초작업이 진행됐으며 1974년에는 교구 25명의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신
자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춘천교구 성년대회 를 효자동성당에서 개최하기
도 했다.
기본적 인권은 생명권 임을 강조한 박 주교는 교구장으로 재임한 30여년 동
안 자연가족계획법인 빌링스법 보급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박 주교
는 아일랜드 킬일리 수녀 등의 협조를 얻어 원하는 부부들에게 이 방법을 소개
하면서 본격적인 보급에 나섰다. 이런 자연가족계획사업은 한국의 행복한 가정
운동 의 모태가 됐다. 전국의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진행된 이
운동을 위해 서적·전단·슬라이드·영화가 우리말로 번역 소개되고 수백명의
자연가족계획 상담자들이 배출되는 등 다각적인 활동이 펼쳐졌다.
60년대 후반 한국인 사제들이 배출되면서 30년 동안 강원도 지역의 선교를
위임받았던 골롬반 외방선교회는 점차 본당들을 교구 사제들에게 내주었다.
1969년 교구는 강원도 횡성군과 평창군 일부를 원주교구에 넘겨주는 대신에 경
기도 가평군과 포천군 일부를 서울대교구로부터 넘겨받는 변화를 겪게 된다.
1989년에는 교구 50년 기념행사를 가졌으며 건강악화로 교구장직을 사임했
던 박토마 주교가 1994년 아일랜드 골롬반 선교회 본부에서 선종하자 같은 해
12월14일 제3대 교구장으로 장익 주교가 착좌했다.
장익 주교는 착좌 이후 겉치레 행사보다는 신앙의 내실을 다지며 교구민들
의 신앙성숙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 특히 분단교구의 현실을 직시하고 굶주
림에 고통받고 있는 북녘동포를 돕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사업을 전개해 통일사
목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타교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복음화율(5∼6)을 끌어올리고 산업
화로 인해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점차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지키기 위한 다각적인 교회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춘천교구는 현재 장익 주교를 비롯한 70여명의 사제들이 춘천·강릉·속초
·동해·철원·화천·홍천·양양·고성·인제·양구·평창 및 북강원도 일부
경기 가평 포천 지역을 사목하고 있으며 본당 46개소(준본당 1개) 공소 63개
소 신자는 6만1000여명이다. 【이주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