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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주일 특집] 신학생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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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은 왠지 네가 유난히 보고 싶구나. 바쁜 생활 속에 파묻히다 보니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한결같으면서도 오늘에서야 소식을 전하는구나. 네가 퇴원한 지 벌써 2주일이 지났는데 건강은 어떤지 사려깊은 아들이라 아픔 을 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너를 사제의 길로 인도하려고 한 것이 행여 네게 큰짐이 되지는 않았는지…. 네가 세례를 받던 날
나는 주님의 제단에 너를 봉헌하며 저희 맏이오니 당신께 오롯이 바칩니다 하 고 기도했었다. 취학 전 어느 때인지 군것질할 돈을 모아서 성당 앞의 걸인 아저 씨에게 주며 좋아하던 착한 아들 초등학교 때 6개월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미사에 참례한 뒤 복사가 되어 기뻐하던 너의 모습이 떠오른다. 신학교에 입학하는 너를 위해 이불 보따리와 옷가지 책들을 꾸려 기숙사에 가 서 대충 정리해 주고 너와 헤어져 돌아올 때 왜 그리 서운하던지. 네가 수위실 앞 언덕에서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모습이
집에 돌아와서도 눈앞에 어른거려 밤새 울었다. 잘 살아 나갈까 감기는 걸리지 않을까 등등 온갖 상념들이 들면서 말이다.
네 빈자리가 너무 커 허전함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도 이제서야 털어놓는다.
아버지가 너를 그렇게 키웠고 너도 간절히 원해서 신학교에 갔지만 너의 음악적 재능과 남을 이끄는 능력 그 리고 훤칠한 외모 등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내 아들이라는 세속적인 생각에
공허함마저 들더구나.
네가 사제로 서품될 쯤에는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일까. 지금도 사제들이 사목하기가 어려운 세상인데 그때는
얼마나 더 힘들고 어려울까. 하나뿐인 아들을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 내버린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너의 첫 편지를 받고 그것은 기우였 음을 알았다. 장하다 그리고 고맙다 아들아. 부활 휴가 때 너를 본 순간 짧은 기 간인데도 참 많이 변한 네 모습에 든든한 마음이 앞서더구나.
아버지는 네가 남을 섬기는 사제 청빈한 사제 결백한 사제 자애로운 사제 가
되도록 늘 기도하고 있단다. 이 세상에는 신자들로부터 존경받는 훌륭한 사제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제들 의 모습도 간혹 보이더구나. 고압적인 자세에다 청빈과 절제보다는 세속적인 것에
더 매달리는 사제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단다. 아버지는 너뿐만 아니라 모든 신학생과 사제를 위해 매순간 기도하고 있단다. 지난 3월 명동성당에 가서 주님께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때 뜻하지 않은 너 의 사고 소식을 듣고 정말 하늘이 노랗더구나. 신학교에서 운동을 하다 뇌출혈이
됐다는…. 중환자실에서 마음 졸이며 보낸 2주일 그리고 퇴원. 그 짧은 시간에 완 쾌되어 퇴원하다니 정말 기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부활은 유난히 기쁘다. 새 생명을 얻은 아들아. 봄비에 촉촉이 적셔지는 대지
싹트는 새싹 이 모든 것에서 주님의 섭리를 다시 진하게 느낀다. 아들아 성소주일에 만나자꾸나.
1999년 부활주간에 아버지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199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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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3장 12절
아버지가 아끼는 아들을 꾸짖듯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이를 꾸짖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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