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한 본당 휴게실에 놓인 작은 아크릴 상자. 손바닥 크기 종이를 곱게 접어 투표함처럼 생긴 이 상자에 조심스럽게 넣는 신자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무엇을 넣는 것일까?
상자 안에 가득 들어 있는 것은 서로를 칭찬하는 내용을 담은 칭찬쪽지.
서울대교구 신수동본당(주임 김민수 신부)이 지난해 1월부터 전개하고 있는 칭찬합시다 운동이 아름다운 본당 공동체를 일궈나가는 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본당은 매달 첫주일을 칭찬주일 로 정해 매 미사 공지사항 시간에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칭찬 한마디를 건네도록 하고 미사가 끝난 후에도 본당 마당에 모여 차 한잔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칭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서로를 칭찬하는 내용을 적게 하는 칭찬노트를 신자들에게 나눠준 다음 성탄미사 때 이를 봉헌케 하는 한편 성당 외벽에 칭찬 한마디로 하느님의 평화를 이라는 글이 적힌 큰 현수막을 걸어 신자들은 물론 지역 주민까지 칭찬 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12월부터는 성전 입구와 휴게실에 마련한 칭찬함에 신자들이 칭찬쪽지를 넣게 하고 그 내용을 본당 홈페이지에 게재 칭찬 내용을 신자들과 함께 나누면서 칭찬 열기를 고조시켜 나가고 있다.
칭찬 쪽지에 담긴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신부와 수녀에 대한 칭찬부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 웃으면 인사하는 주일학교 교사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가족들 심지어 자신을 괴롭히는 남학생을 때려 줘서 고맙다는 여자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칭찬도 있다. 그 중에서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가 추위에 언 아들의 손을 자신의 따뜻한 손으로 비벼 녹여주며 웬 손이 이리 차갑냐 라는 아버지의 사랑에 눈물을 훔치며 미사에 참례했다는 아버지를 칭찬하는 아들의 글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처음부터 본당 신자들이 칭찬하는 것을 쉽게 받아 들였던 것은 아니다. 미사 강론과 칭찬노트 배포 등 본당의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신자들이 칭찬을 몸으로 받아 들이기까지는 몇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김영숙(안젤라 49)씨는 처음에는 너무 쑥스러웠는데 이제는 신자들에게는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칭찬을 건네기도 한다 고 했다.
김 신부는 칭찬은 서로를 인정하고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하다 며 한 마디 칭찬이 상대에 대해 닫힌 마음을 열고 가정과 본당공동체에 변화를 가져온다 고 말했다. 이어 칭찬 한마디가 본당 신자들의 친교를 다지고 지역 복음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면서 이와 같은 칭찬운동이 교회 차원으로 확대되길 희망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