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순 교수(토마스, 한국외국어대)
제2부 자션: 사랑의 공동체 인 교회의 사랑 실천(19~39항)
이 회칙 제2부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의 구체적 실천에 대해 다룬다.
하느님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웃 사랑은 그리스도인 각자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체의 의무이기도 하다. 공동체에 대한 사랑의 봉사가 질서 있게 이뤄지려면 그것을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20항).
따라서 교회 초창기에 이미 이웃에 대한 사랑을 구체적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교회 기본 조직 안에 부제직 이 세워졌다. 교회가 점차 성장하면서 성사 집전 및 말씀 선포와 더불어 사랑 실천이 교회 본질적 활동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 교회는 성사와 말씀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 이상으로 사랑의 봉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22항). 이 임무들은 서로 연결돼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교황은 여기서 교회가 사도행전이 제시하는 그리스도인 생활의 원리에 따라 초세기부터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어떻게 자선 사업을 해 왔는지 간략하게 설명한다. 교황은 이어 다음과 같이 밝힌다.
교회에게 자선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도 상관 없을 일종의 사회 복지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교회의 본성에 속하며 자신의 존재 자체의 불가결한 표현이다. 아가페 사랑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것이며 (25항) 궁핍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베풀어지는 것이다.
19세기 이래 교회의 자선 활동은 특히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비판 받아왔다. 이들은 가난한 이들은 자선이 아니라 정의가 필요하며 자선 사업은 실제로는 부자들에게 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편이므로 우리는 모든 이가 세계의 부에서 자기 몫을 받는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건설하여 더 이상 자선에 의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6항)는 주장을 폈다.
교황은 이러한 비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으나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정의로운 사회 질서 건설은 그리스도교 국가론과 교회의 사회교리가 항상 강조해 온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세계 혁명과 그 준비 조치들을 사회 문제들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으로 봤다. … 이 환상은 사라졌다. 현대의 복잡한 상황에서 교회의 사회교리는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도 타당한 접근 방법을 제공하는 일련의 근본적인 지침이 되었다 (27항).
교황은 여기서 정의를 위한 투신과 사랑의 봉사 교역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아무리 정의로운 사회에서도 사랑 곧 자선은 항상 필요하기 마련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실패는 차치하고라도 가장 정의로운 사회에서도 위안과 물질적 도움을 호소하는 고통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정의로운 사회 구조는 자선 사업을 불필요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은 유물론적 인간관 즉 인간이 빵만으로 살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28항).
이것은 정의에 대한 필요한 투신을 배제하지 않는다. 정의로운 사회와 국가 질서를 세우는 것은 정치의 주된 책임이다 (28항). 그것은 교회의 직접적인 책임이 아니다. 교회는 가능한 한 가장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 투쟁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교회는 국가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없고 차지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변두리에 머물러 있을 수도 없고 머물러 있어서도 안 된다 (28항).
교황은 정의로운 사회 질서 건설에 있어서 교회의 임무는 사회 교리를 통해 이성을 순화하고 조명해 양심 형성에 이바지함으로써 정의의 참된 요구들을 파악하고 인식해 정치적으로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임을 밝힌다.
정의로운 사회 질서 건설을 위해 일할 직접적 의무는 평신도 몫이다. 평신도들은 국가의 시민들로서 직접 정치 생활에 참여하도록 불렸다. 그러므로 이들은 조직적으로 제도적으로 공동선을 증진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 경제 사회 입법 행정 문화 등 수없이 많은 여러 분야에 참여를 거절하면 안된다. 이들은 사회 생활을 그 정당한 자율성을 존중하고 다른 시민들과 협력하여 올바르게 형성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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