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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혜화동본당 신자들이 대학로 청소에 나섰다. 쌀쌀한 날씨지만 봉사에 나서는 기쁨으로 표정이 밝다. |
서울 혜화동본당 3년째 대학로 청소 봉사
지역민과 함께하는 교회모습 보여
‘근대문화유산’으로 최근 등록된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주임 김철호 신부).
한국교회 미술 발전을 이끈 건축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성당은 고 김세중 교수가 만든 ‘십자고상’을 비롯 수많은 성예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어 더욱 유명하다. 한마디로 성당 내외부를 꾸미고 있는 모든 성물들이 성 예술품. 그래서 혜화동본당 신자들은 자긍심이 대단하다.
혜화동본당 신자들은 지역안에서도 많은 활동을 한다. 나눔식당을 개설해 먹을 거리를 나누고 있고 노인대학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활동 중에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대학로 선교의 날’.
3월 19일 아침 8시경. 한해의 농사가 시작된다는 춘분이 내일 모레지만 아직도 새벽이 가까운 시간은 차갑다. 2003년 3월 셋째주일 아침 7시 미사후부터 시작된 선교의 날 이날이 만 3년되는 날이다.
20여명의 신자들이 미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천주교 혜화동교회’라고 새겨져 있는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선다. 한손에는 빗자루 다른 한손엔 쓰레받기. 어떤 사람은 쓰레기 봉투와 집게를 들고 따라온다. 이들의 청소는 우선 성당을 끼고 있는 골목길에서 시작된다.
이어서 큰도로에 접해 있는 왼쪽 인도로 그다음엔 길을 건너 오른쪽 인도…. 담배꽁초와 휴지 이곳 저곳에 붙어있는 광고 스티커 등이 사라지면서 거리가 달라진다. 군데군데 조성돼 있는 화단을 깨끗하게 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 모두가 ‘청소’에 몰입한다.
이들 모습에 길을 가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아하 성당 사람들이군’ ‘추운데 고마운 분들이네’ ‘어! 대학로가 깨끗해 졌네’…. 반응들이 다양하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은 ‘성당 사람들은 뭔가 틀려’다.
“지역과 또 지역민과 함께 하는 교회상을 만드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선교에도 도움이 되죠.”
‘은총의 모후’ 꾸리아 최명수(프란체스코) 단장의 말이다.
최단장은 “손팻말 들고 띠두르고 ‘선교’외치며 거리로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선교의 날’을 제정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대학로 선교의 날. 처음 시작할 땐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 중심의 행사였지만 이젠 모든 신자들이 참여하는 자발적인 봉사활동이 됐다. 지역민들의 관심에 부응 청소 횟수를 늘일까 고려중이고 매월 주제를 선정해 ‘주제있는 선교의 날’로 발전시켜 볼 생각도 있다.
약현본당(1893)과 종현 본당(1898)에 이어 서울 세 번째 본당으로 설립된 혜화동본당(1927) 오랜 역사 못지않게 하는 일도 모범적이다.
장병일 기자 jbi@catholic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