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불자 몇 명이 부처님 오신날 인 4월 초파일에 한 고아원으로 떡과 빵 과일 등을 보냈다. 선물을 받은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이렇게 기도했다.
하느님 이 땅에 부처님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이 일화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종교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어린이의 감사기도 속에는 두 종교 즉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한국만큼 무교 유교 그리고 불교라는 전통적 종교들이 오랜 기간 공존해온 나라도 드물다. 게다가 서구종교 유입으로 현재 무교 불교 유교 개신교 천주교 그리고 민족종교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한국 불교신자들과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유교 이념과 실천을 따르고 있어서 동시에 두가지 이상 종교에 소속되는 이른바 이중 종교시민 (dual religious citizens) 현상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종교 다원주의 상황에서조차 종교간 갈등이라는 불씨가 잠재돼 있다. 가정에서 제사문제로 가족간 불화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최근에 불거진 성시화 운동 불상 훼손 황우석 사건 등으로 인해 종교간 이해와 대화가 절실히 요청되는 실정이다.
얼마 전 덴마크 신문의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 풍자만평 게재로 전세계 이슬람교도들 분노와 시위가 이어지고 급기야 서구와 이슬람 세계간 문명충돌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대립구도는 미국과 이라크 전쟁 당시 부시 대통령의 선과 악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표출된 바 있다.
가톨릭 교회는 1960년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비그리스도교 선언」을 반포 교회밖에는 구원이 없다 는 주장을 포기하고 다른 전통 종교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한스 큉 교수도 저서 「세계윤리구상」에서 세계도덕이 없는 생존은 없다. 종교 평화가 없이는 세계 평화도 없다. 종교 대화가 없는 세계 평화는 없다. 고 천명하며 종교간 대화를 강조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색깔 간의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종교 사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별종교의 고유성이 인정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협력하는 길이 모색돼야 한다.
그 길은 다름 아닌 종교간 대화이며 그것은 종교문화간 차이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문화사목 범주에서 다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