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희는 캄보디아 교회의 딸들입니다. 가서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6월22일 서울 수유동 서울가르멜여자수도원(원장 이 마리아 수녀) 성당. 장 데레사 수녀 등 수녀 5명이 봉쇄구역에서 나와 신자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출국을 앞둔 작별인사다. 이들은 캄보디아로 떠난다. 프놈펜에 가르멜 관상(觀想)수도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다.
서울가르멜여자수도원은 1939년 프랑스 수녀들이 들어와 세운 한국교회 첫 관상수도원. 들어가면 죽어서야 나온다 고 회자되는 봉쇄수도원이다.
캄보디아 진출은 국내 관상수도회의 첫 해외진출이다. 65년전 프랑스에서 날아든 씨앗이 뿌리를 내려 관상의 꽃 을 피운 뒤 다시 그 홀씨가 소승불교의 나라 캄보디아로 날아가는 것이다.
캄보디아는 가톨릭 신자 수가 2만명(총인구의 0.15) 정도다. 빈민과 기아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사회복지사업에 종사하는 활동수도회 수녀들이 더 환영받을지도 모른다. 관상수도회는 성 안에 숨어서 싸우는 정예부대 라는 표현처럼 오로지 기도로만 교회와 세상을 떠받친다.
그러나 캄보디아 교회가 이들을 애타게 불렀다. 내전과 공포정치 속에서 붕괴됐다가 1991년 종교자유를 얻어 소생하고 있는 캄보디아 교회는 영적 갈증이 극심하다. 오랜 내전에 시달린 국민들에게도 영적 치유의 손길이 시급하다.
특히 외국 선교사들이 대부분 구호사업에 종사하다 보니 국민들은 가톨릭을 NGO 봉사단체쯤으로 여기고 있다. 가톨릭에도 불교의 참선 못지않은 수행 전통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수녀들은 65년전 한국 땅을 밟은 프랑스 수녀들이 그랬듯이 그곳에 뼈를 묻을 각오로 떠난다. 가르멜회는 한곳에 정주하는 수도회이기 때문에 대부분 현지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 마리아 원장수녀는 수녀들이 기도로 복음을 증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며 이들을 대신해 후원을 호소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이날 파견미사 강론에서 가르멜 수녀들은 그동안 진정한 행복과 영적 삶의 가치를 세상에 증거하면서 한국교회 발전에 기여했다 며 하느님이 함께해주실 것이란 믿음 하나만 갖고 길을 떠나는 수녀들에게 영적 물적 후원을 아끼지 말자 고 말했다. 후원 문의:02-902-1489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