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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가 간다Ⅱ] 몽골 4.교육에 힘쏟는 한국 선교사들
먹이고 재워주며 학과·기술 교육
특수학교·도서관·공부방도 운영
몽골=주정아 기자
영하 40~5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이면 이호열 신부(살레시오회)는 매일같이 몽골 울란바타르 도심의 하수구와 난방배관 통로를 찾아간다. 날이 풀리면 도심은 물론 변두리까지 헤집고 다닌다. 구석구석 모여있는, 꼬질꼬질 때에 절고 배고픔에 시달린 아이들을 한명씩 한명씩 청소년센터로 데려오는 일은 이신부에게 중요한 일과다.
몽골은 사회주의 붕괴 후 갑작스럽게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회부적응과 무기력, 가난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수도 울란바타르 변두리에는 가축을 잃고 가난에 시달리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수가 갈수록 늘어만 간다. 시골에서는 청소년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매일 끼니를 떼우기도 어려운 형편에 체계적인 교육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일 경우가 많다.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혹은 가정이 있어도 교육받을 만한 환경을 갖추지 못해 밖으로 도는 아이들. 이들에게 선교사들의 교육 지원은 무엇보다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선교사들은 몽골 사회와 교회의 자립을 위해 가장 절실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할 부분은 바로 ‘교육’이라고 입을 모은다.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현재 살레시오 수도회는 몽골에서 돈보스코 청소년센터와 직업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울란바타르 도심에서 10여분간 비포장 도로를 달려 이리저리 흩어진 쓰레기더미와 황량한 벌판을 헤쳐가면 센터를 만날 수 있다.
센터에는 이신부가 데려온 청소년 1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기숙하는 이들 뿐 아니라 집에서 오가는 이들도 꽤 많다. 청소년들은 각각 초·중·고등학교 학과 과정은 물론 각자 달란트에 따라 적성을 살리는 특활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한다.
센터에서는 음식과 잠자리는 제공하지만, 각자의 생필품은 스스로 벌어서 사게 한다. 필요한 돈은 가축돌보기 등 각자 맡은 일을 하고 받은 주급으로 충당한다. 올바른 노동정신 함양은 물론 소비개념과 저축 습관을 자리잡게 하려는 배려이다.
건물도, 물도, 전기도 없는 허허벌판에 자그마한 겔을 세워 시작한 센터는 물과 전기를 끌어들이면서 점차 시설도 보충해가고 있다.
한국인 학생들도 체험학습과 봉사활동 등을 목적으로 센터를 종종 방문한다. 이신부는 무엇보다 앞으로 몽골과 한국의 청소년들 사이에 깊이있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류통로가 갖춰지길 기대하고 있다.
시내 주교좌 성베드로바오로성당과 바로 이웃해 있는 돈보스꼬 직업학교에서는 현재 5개반 120여명의 학생들이 꿈을 키워가고 있다. 모두 16~23세 청소년, 청년들이다. 화·목요일에 이뤄지는 학과수업은 정규 중고등 과정과 같다. 월·수·금요일에는 자동차정비와 목공, 배관, 미싱, 비서사무직 수업이 진행된다. 아쉽게도 이곳 학생들은 국가 차원의 인프라 부족으로 다양한 직업을 꿈꿀 수 없다고 한다. 최근 가장 인기있는 직업은 자동차 정비사이다.
■센뽈 특성화 초등학교
몽골에서 가장 인기있는 특수학교로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가 운영하는 시설들을 빼놓을 수 없다. 수녀회는 지난 1996년부터 몽골에서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울란바타르시 바양호쇼 지역에서 몬테소리 유치원을, 또 울란바타르 시내와 종못드시에서 센뽈 특성화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수도자들은 맨처음 조그마한 다락방과 같은 공간에서 극빈자들을 위한 공부방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알음알음 시작한 교육과정은 이제 각각 정규 유치원과 초등학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유치원은 몽골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수한 몬테소리 교육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센뽈초등학교에서는 일반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물론 대안학교의 특징을 살려 특활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곳 수도자들과 교사들은 학부모 교육은 물론 심성교육, 건강 관리, 급식까지 책임지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먹는 한끼 급식이 하루 식사의 전부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몽골 가톨릭 선교도서관
최근 몽골 울란바타르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으로 주교좌 성베드로바오로성당 내에 문을 연 ‘몽골 가톨릭 선교도서관’를 꼽을 수 있다.
지목구 요청에 의해 예수수도회가 운영하는 이 도서관은 지난해 1월 열었다. 몽골의 일반가옥은 전통 겔이나 나무로 지은 방 하나의 공간이다. 한 공간에서 온 가족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을 위한 공부방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지목구에서는 성당 주변에 넓게 분포한 빈민가 주민 자녀들을 위해 도서관을 마련했다. 도서관은 책 뿐만 아니라 학습공간과 컴퓨터를 갖추고 있어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구비된 도서는 정기간행물과 사전, 학습참고서, 교육서적 등을 포함해 6천여권. 사실 교육에 활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책도 정현숙 수녀(예수수도회)가 울란바타르 시내 전 서점과 출판사, 집필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한두권씩 어렵사리 사모은 것이다. 한국에서 기증받은 책들도 꽤 된다.
몽골은 출판인쇄 수준이 형편없이 낮아 사회주의 정권 아래에서 발행된 러시아 문집 등을 제외하면 요즈음 발행되는 신간은 드문 편이다. 그나마 재정 부족으로 구입이 여의치 못하다. 현재 도서관 이용카드 발급자는 1500여명. 인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도서관은 큰 인기다. 붐비는 시간대에는 70~80명의 어린이들이 서가에 서서 책을 읽곤 한다.
수도회는 앞으로 독서문화 관련 행사와 특강 등을 비롯해 한국문화특강 등도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본적인 도서 구비와 학습공간 확장 등의 문제해결에 고심 중이다.
■바양호셔 가나안복지센터
한편 바양호셔에 있는 가나안복지센터에서도 방과 후 학습과정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한국인 선교사로는 가장 먼저 몽골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준화 신부(대전교구)는 지난 10여년간 몽골인들의 자립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에 큰 힘을 쏟는 한편 청소년교육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특히 이신부는 빈민가 한가운데에 공부방을 마련하고 방과 후 교육과 급식 등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현재 복지센터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대규모 컴퓨터교실과 영어·수학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교육시설을 방문하며 느낀 공통적인 점은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웃음이었다. 처음 무표정한 얼굴과 쑥스러움으로 각 시설들을 찾았던 이들의 모습은 웃음이 넘치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빛나는 보통 아이들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랑받고 있음을 알도록 해야합니다(돈보스코)”라고 강조하는 선교사들의 노력이 가장 큰 몫을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사진설명
▶ 가나안복지센터-어린이들을 위한 대규모 컴퓨터교실과 영어·수학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 돈보스코 청소년센터-청소년들이 부활계란을 만들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