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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 할퀴고 간 춘천교구 인제본당 덕산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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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우로 극심한 피해를 본 이옥경씨.
이씨는 주님과 성모님 덕분에 살아난 것만도 다행이라며 예수님상과 성모님상을 깨끗이 닦아 소반에 모셨다.
 

 

“허리까지 물 차올라 신자들이 도와줘서…”

7월 17일. 44번 국도를 따라 인제터널을 지나는 순간 눈앞에 드러난 강원도 인제읍 덕산리 마을. 전쟁터에 가까웠다.

하늘에는 수시로 구호 헬기가 이동 중이고 수백명의 군 장병과 119 구조 대원들이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다. 집 60채 가운데 13채가 사라진 이곳은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간의 폭우는 나무를 눕게 만들었고 어디서 굴러왔는지 알 수 없는, 집채만한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바닥은 온통 진흙. 장화가 없으면 걷기도 힘들 지경의 덕산리 마을은 어떤 말로도 표현 할 수 없이 참담한 모습이었다.

방앗간을 운영하던 한효수(엘리사벳.58.춘천교구 인제본당)씨. 15일 오전 방앗간을 잃었다. 인제군수 관사에 대피해있던 한씨는 그날의 악몽을 잊지 못했다. “남편이 밖에서 소리를 지르며 부르더라고요. 나가보니 산사태가 나서 흙더미가 내려오고 있지 뭐에요.”

한씨 부부는 조립식 가건물로 설계된 방앗간 기둥을 붙잡고 버텼다. 엄청난 양의 진흙이 내려와 어느새 한씨 부부의 집 양쪽 길은 물길이 돼버렸다. 다행히 이웃 주민이 던져준 밧줄을 잡고 죽음의 구덩이에서 살아 나올 수 있었다는 한씨 부부.

한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며 “하느님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옥경(로엘라.67) 씨의 집에도 수마가 찾아왔다. 혼자 살며 품팔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씨는 당일 잔칫집 부침개를 만들고 오는 길이었다. “밤에 집으로 가다 이웃 사람을 만났어. 집에 물찼는데 어디 갔다 오느냐고 하더라고. 가보니 글쎄 허리께까지 찼지 뭐야.”

힘이 부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씨. 이튿날 본당 신자 30여명이 와 물을 빼내고 사용가능한 생활물품을 건져냈다. “무서웠지. 그래도 신자들이 도와줘서…”

아무것도 없던 부엌 한 켠. 소반에 깔끔한 모습의 예수님상과 성모님상이 올려져 있었다.

“예수님이랑 성모님은 항상 내린천 물로 닦아 드렸어. 진흙이 묻어서, 더러워지시면 안되잖아. 두 분 덕분에 살았기도 하고. 그래서 닦아놨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도로, 뼈만 앙상히 남은 집, 부러진 나무토막과 바위 덩어리들. 삼삼오오 모여있던 주민들은 마을의 모습을 보며 저마다 번갈아 가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몸은 빠져나왔지만 주민들의 악몽은 계속됐다. 전기가 끊어졌고 물이 없어 밥이며 세수 등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폭우로 인해 오염된 물은 마실 수도 없고 진흙으로 범벅이 된 몸 역시 씻을 수가 없다. 곧 다가올지 모르는 전염병으로 인해 주민들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다.

18일 정부는 인제를 비롯해 평창, 양구, 홍성, 횡성, 정선, 경남 진주, 의령 등의 10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조기 선포했다.

유재우 기자 jwyoo@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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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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